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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vs 30조 무상의료 드는 세금, 누구 말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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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조1000억원 대 30조원.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의료 방안을 시행하려면 필요한 돈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연간 8조1000억원, 보건복지부는 연간 30조원으로 추정한다. 복지부는 54조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무상의료가 시행될 경우 국민 세금이나 보험료 부담에 큰 차이가 생긴다. 시각차의 이유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면 의료 이용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를 두고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민주당 안대로 입원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38.3%에서 10%로 낮추고, 연간 환자 부담을 100만원으로 제한하면 의료 서비스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 한 번 갈 병원을 두 번 가고, 돈 때문에 망설이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검사 이용도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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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는 세 가지의 의료 증가량 추정치를 제시했다. 한 해에 적게는 15조원, 중간은 30조원, 많게는 54조원이 늘어난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이 가운데 중간인 30조원을 택해 13일 공개했다. 미국 보건경제학자(로젯&황, 1973)의 모형을 활용해 산출했다. 복지부는 “의료비 부담(가격)이 1% 줄면 의료 이용량(수요)이 1.5% 늘어나는 가격탄력성을 적용해 30조원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30조원은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33조원)과 거의 같다. 진 장관은 “30조원을 조달하려면 보험료와 국고지원을 두 배로 올려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보험료는 월 소득의 5.64%에서 11% 이상으로 뛴다. 올해 직장인의 월 평균 보험료가 16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인데 이만한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세금) 지원액도 올해 약 5조9000억원에서 12조원 가량으로 늘어난다.

 복지부의 추정이 맞을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병원 문턱이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2006~2007년 6세 미만 아동의 입원 비를 면제했을 때 그랬다. 2008년 서울대 석사논문(최원희)에 따르면 2006년 0~5세 입원 횟수가 면제 전인 2005년에 비해 11.7% 증가했다. 면제 대상이 아닌 6~10세 증가율(7.3%)보다 높았다. 입원일수 증가율도 0~5세가 5.4% 포인트 높았다. 당시 복지부는 의료 이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2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민주당 주장은 다르다. 허윤정 전문위원은 “총액계약제(한 해 의료비를 미리 정한 뒤 의사들이 나눠 쓰는 제도)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지출을 관리하면 의료 이용 증가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그런 장치가 우리 안에 있는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30조원 운운하는 것은 지출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민주당 안을 시행하면 보험 적용 증가와 의료 이용량 증가 때문에 연간 40조원 이상이 늘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한 국책연구원의 연구원은 “미국과 우리는 의료 시스템이 다른데 미국 모형으로 의료 이용 증가치를 추정한 건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 추정이 과대 포장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가격탄력성=가격이 변화하는 데 따라 수요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 주는 용어. 일반적으로 특정 상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줄어들게 되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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