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터넷 주식공모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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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주식 공모 방식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인터넷 주식 공모 방식의 여러 가지 단점들을 보완해 주는 ‘신종’ 주식 공모방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신종 방식이 자리잡게 되면 사실상 일반 투자자들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인터넷 주식공모 방식이 이젠 ‘친숙한 투자수단’으로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게 명동시장 비상장 투자전문가들의 얘기다.

이같은 신종 인터넷 주식 공모방식을 준비준인 곳은 코리아재테크(대표 김호상·www.offboard.com·obstock@offboard. com·02-3421-5648). 코리아재테크가 11월1일부터 5일간 청약을 받는 ‘신종’ 주식 공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기존 인터넷 관련 첨단회사들이 자기들 사이트에서 ‘사업계획’ 위주로 주식공모에 나선 것과는 달리, 비상장 전문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에서 실제 사업실적을 갖춘 제조업체를 내세워 공모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코리아재테크가 1차로 준비중인 회사는 T&B(대표 임순권). 지난 82년 설립된 T&B는 창업 이래 줄곧 유압기기·주변자동화 장치의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해온 유압분야 전문기업이다. 최근 전자사업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21세기 유망 사업분야인 반도체 장비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2000년 3월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인 제조업체다. T&B의 올해 예상매출은 1백5억원이고 예상순이익은 8억5천만원이다. 내년에는 매출과 순이익이 올해의 2배 수준으로 늘 것이란 게 T&B측 얘기다. 이같은 실적이 있기 때문에 주가에도 자신있다고 덧붙인다.

둘째, 인터넷 주식 공모를 거친 주식이지만 ‘환금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남다르다는 지적이다. 사실 그간 일반 투자자들이 인터넷 주식 공모를 통해 샀던 주식들의 경우, 주식 발행 회사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되팔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다. 환금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코스닥에 들어갈 때까지 6개월이고, 1년이고, 2년이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게 일반 투자자들의 딱한 사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종 공모방식과 관련, 김호상 사장은 “코스닥 등록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거나, 예정된 기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그런 주식은 환금성이 바로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거래에서 인기와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코리아재테크측은 이같은 기업들만을 골라 인터넷 주식 공모를 계속 할 방침이다.

셋째, 주식발행기업이 직접 인터넷상에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하고 나선 점이 특이하다. 그것도 ‘중간유통과정’이나 ‘중간마진’ 없이 일반 투자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명동 같은 비상장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경우 ‘일정한 중간유통과정’을 거쳐 일반 투자자들의 손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비상장주식 몇십만주를 갖고 있는 기업은 이 주식을 팔기 위해 명동의 ‘큰 손’을 부른다. 그러면 이 큰손은 1백억원을 투자해 몇십만주를 인수한 후, 바로 10억원대의 돈을 만지는 ‘중간 크기의 큰손’에게 10%의 마진을 붙여 넘긴다. ‘중간 크기의 큰손’은 10%의 마진을 붙여 ‘작은 크기의 큰손’에게 넘긴다. 이같은 단계를 여러 번 거치다 보면 속칭 개미군단이라고 불리는 일반 소액 투자자들의 손으로 비상장 주식이 넘어올 때쯤이면 벌써 중간유통마진이 30~40%가 붙기 십상이다.

한편 이같은 신종 인터넷 주식 공모방식이 새로 나타난 이유는 간단하다.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사실 요즘 명동 비상장거래시장은 매우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비상장주식의 주가가 크게 꺾이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현재 한솔PCS, 한국통신프리텔 같은 비상장 주식을 거래·알선하고 중개하는 업체들은 40여개에 달하지만, 활발히 움직이는 업체들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기 힘들다. 한때 비상장주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1백여개 업체에서 여기에 뛰어 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곳이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김호상 사장은 “이같은 이색 공모 방식이 성공해 5개 정도의 신규 비상장주식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면 명동 비상장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유상원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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