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길로 빠진 실리콘 밸리 탐험

중앙일보

입력

美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재벌총수 지망생들 사이에서 최근 새로운 신분과시용 장식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기 이름의 저서를 갖는 일이다. 요즘 실리콘 밸리는 하이테크 시대상(時代相)의 진수를 정확히 포착한 인물이 되기를 희망하는 작가들로 북적댄다. 그런 만큼 실리콘 밸리에 관한 대작(大作)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는 시절에 많은 독자들은 마이클 루이스가 직접 묘사한 실리콘 밸리에 관한 작품을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그런 기대 속에서 나온 루이스 저서의 상당 부분이 세계 최대의 요트를 묘사하는데 할애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루이스는 신저 ‘또 다른 새로운 것’(가제·The New New Thing·Norton刊)에서 하이페리온號의 항해에 관해 장황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것은 그 책의 주인공 짐 클라크 자신이 컴퓨터로 작동되는 그 요트에 홀딱 반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그래픽스社의 前 회장으로 넷스케이프를 만든 클라크는 루이스의 견해로는 인터넷과 신경제를 주도한 사람이다. 클라크에 대한 루이스의 과대평가는 짜증스러울 정도로 그 책의 중심테마를 이루고 있다.

넷스케이프가 중추적인 기업이고 클라크가 중요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그가 새로 만든 회사 헬시언이 성공한다면 그는 훨씬 더 주목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헬시언社에 관한 루이스의 기술을 보면 클라크는 지난 96년 보건산업의 인터넷화를 위해 건립한 헬시언社에 대해 놀랄 정도로 무관심하다(클라크는 벌써부터 또다시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회사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런 종류의 사업에서는 흥미진진한 이슈가 많은 법이지만 루이스는 주로 헬시언社의 고용·주식옵션·금융거래 등에 관해서만 탐구한다.

하지만 루이스의 작품치고 지루한 것은 없다. 그는 즐거운 장면을 묘사하고 남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세부사항을 캐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재능이 ‘이상한 효과’를 자아낸다. 의도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클라크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루이스에 따르면 클라크는 자기 회사 일에 거의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는 또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자신의 공식적인 주소지를 플로리다州에 등록했다.

클라크는 또 위선자다. 루이스에 따르면 클라크는 연방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社를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클라크는 처방약을 구입하거나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들로 하여금 헬시언社에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도록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이 훨씬 더 큰 독점기업을 만들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클라크는 인터넷이 보통사람들에게 더 큰 힘을 부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그가 새로운 회사 ‘myCFO’를 구상하는 실제 의도는 자신과 같은 재벌총수급 부자들에게 더 큰 힘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클라크가 하이페리온號보다 훨씬 더 큰 요트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또다른 새로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옛것’에 대해 향수를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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