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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해체, 재결합 … 비틀스와의 인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1970년대는 비틀스가 미국의 대중문화를 휩쓸던 시기였다. 바로 그때 가장 미국적인 음악, 컨트리와 로큰롤을 들고 비틀스에 대적할 수 있는 그룹 이글스가 탄생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결코 비틀스와 바꾸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이글스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표시한다. 자연스레 두 그룹을 비교하는 말도 많이 나왔었다.

● 돈과 글렌은 ‘이글스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라는 평이 많습니다.

글렌 프라이=“돈과 나는 대부분의 노래를 작곡하는 리더입니다. 두 마리의 호랑이는 한 산에 있을 수 없다지만, 비틀스의 존과 폴,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처럼 서로 존중하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함께해 왔죠. 첫 이글스 앨범에선 함께 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1973년부터 함께 작곡하기 시작했고, 공동작업을 했던 첫 주에 ‘데스페라도’와 ‘데킬라 선라이즈’를 만들었어요.”

돈 헨리=“그런 비교는 영광이죠. 비틀스는 우리와 다른 레벨입니다(돈은 한 손으로 ‘비틀스가 저 위에 있다’고 가리키며 얘기했다). 내게도 비틀스는 음악적 영웅이에요. 그들로부터 밴드가 갖춰야 할 많은 것들을 배웠고요. 좋은 밴드란 솔로와는 다르게, 멤버들 각각의 매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지속적으로 신선함을 줘야 해요. 비틀스는 그런 면에서 위대한 그룹이죠.”

● 곡을 만들고 그룹의 컨셉트를 정할 때 비틀스를 염두에 뒀습니까.

글렌 프라이=“영국 음악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진 않았습니다. 우리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보컬을 위주로 한 아름다운 멜로디와 좋은 화음을 구사하려 노력했습니다.”

● 월시는 이글스 해체 시절,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와 함께 공연도 했는데요.

조 월시=“링고를 위해 올드 웨이브(Old Wave)라는 앨범을 프로듀싱해 줬죠. 그러면서 친구가 됐고요. 비틀스 해체 이후 링고는 잘 알려진 스타들을 모아 올스타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앨범에서 저도 몇 곡을 불렀어요. 그런 것들이 인연이 돼서인지, 제 아내의 여동생이 링고와 결혼했습니다. 링고와 나는 동서지간이죠. 그를 만난 이후, 비틀스가 세상을 바꾼 것처럼 내 삶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이글스는 1980년부터 사실상 해체에 들어갔다. 돈 헨리는 팀이 해체되던 시기 언론 인터뷰에서 “지옥이 얼어붙기 전엔 다시 합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14년 후인 1994년 이글스는 ‘지옥이 얼어붙었다(Hell freezes over)’는 앨범을 들고 재결성했다. 재결성 뒤 경제잡지 포브스가 이글스의 수입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미국 연예계를 통틀어 여섯 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엔터테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 해체 후에도 많은 이가 잊지 못했습니다.

글렌 프라이=“재미있는 건 우리가 해체한 1980년부터 미국에 클래식 록 라디오(Classic Rock Radio) 채널이 생겼어요. 그래서 해체 이후에도 80년대에 우리 음악이 계속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죠. 그 후 92년에 돈 헨리의 도움으로 컨트리 음악 동료들이 모여 ‘커먼 스레드(Common Thread)’라는 헌정 앨범을 만들었는데, 600만 장 이상이 팔렸죠. 이글스의 음악을 갈구하는 이가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사실 첫 결성부터 해체할 때까지 시간보다, 재결합 이후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이 더 길어요.”

조 월시=“솔로 활동으로 바빴지만, 아무리 바빠도 해체 이전 우리가 느꼈던 그 유대감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죠.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여 연주했을 때, 우린 그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 지옥이 얼어붙기 전까진 재결성도 없다는 독설도 뱉었는데요.

돈 헨리=“문맥 그대로 절대 재결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죠. 그러다 재결합을 했습니다. 제 스스로 제 말을 풍자도 할 겸, 앨범 제목을 ‘Hell Freezes Over’라 했던 겁니다. 나이가 많아 얼마나 더 같이할지 알 수 없지만, 행복한 시간입니다. 올해 우리는 모두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1월에 컨트리 앨범을 낼 거고, 그 이후엔 R&B 앨범도 낼 겁니다. 그리고 자전적 앨범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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