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종이 밖으로 걸어 나오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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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06면

일본 사쿠이시 해럴드의 음악 만화 ‘벡’에 등장하는 유명 앨범 오마주 컷들. 원래 앨범은 다음과 같다. 그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틀스 해산 뒤 나온 모음집 ‘1962~1966’(1973), 너바나 2집 ‘Nevermind’(1991), 펑커델릭(Funkadelic) 3집 ‘Maggot Brain’(1971), 레드 제플린 4집 ‘Led Zeppelin IV’(1971·재킷엔 팀 이름도 앨범 타이틀도 붙지 않은 무제), 라몬즈 1집 ‘Ramones’(1976), 에어로스미스(Aerosmith) 11집 ‘Pump’(1989).

만화 속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지. 그리하여 주인공의 방 안에 놓인 소파 위에 앉아 보거나 피아노 옆에 서서 주인공의 연주를 감상한다면.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그런 욕망을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준다. 종이 위에 그려졌던 2차원 예술을 3차원 공간 속에 공감각적으로 구현해 냈다. 미술관으로 들어온 일본 만화 ‘망가’의 변신 얘기다. 20대 젊은이의 삶을 그린 일본 만화 ‘소라닌’의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 낸 아담한 원룸 공간은 유혹적이다.

‘망가: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전, 2010년 12월 4일~2011년 2월 13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문의 02-733-8945

어린이용 판타지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안노 모요코의 ‘슈가 슈가 룬’ 속 여주인공 쇼콜라와 바닐라는 몸통은 종이일지언정 근사한 진주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만화책이 3000만 부 넘게 팔려 나가며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노다메 칸타빌레’는 또 어떤가. 자동으로 ‘비창’이 흘러나오는 전자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노다메와 치아키의 다양한 표정이 담긴 일러스트를 보다 보면 그림 속 주인공이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니노미아 토모코의 39다메 칸타빌레39주인공이 나오는 일러스트들.

평범한 소년이 밴드를 결성하고 보컬리스트로 성장하는 만화 ‘벡’의 코너도 놓칠 수 없다.
만화 곳곳에 등장했던 유명 그룹의 앨범 표지를 오마주한 장면 일러스트는 어느새 당신을 슬며시 미소 짓게 한다. 입장료 성인 30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20일 오후 3시부터 아트선재센터 지하 1층 아트홀에서는‘문화사회학적으로 만화 읽기’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 및 영화 ‘벡’ 상영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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