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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회사 사장이 본 배추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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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힐 드 용
몬산토코리아 대표

한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 세계적인 농업기업 몬산토의 한국법인인 몬산토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취임이 결정됐을 때 한국의 경제성장 노하우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에 오자마자 배추 파동 이슈를 겪게 됐다. 이 이슈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중국산 배추는 필자의 예상대로 배추 가격 하락을 불러오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한 해 동안 땀을 흘려 농작물을 일궈낸 농업인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준 것이다. 단기간에 배추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졌어야 했다.

 필자는 해답을 ‘지속 가능한 농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용어인 ‘지속 가능’을 농업과 연관해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지난재 12월 16일 일본 니가타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식량안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정도로 ‘지속 가능한 농업’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평야가 적고 곡물 수급률도 크게 낮은 만큼 한정된 자원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루빨리 실천해야 한다. 생산성과 질병 저항성이 높은 고품질 종자 개발도 그중 하나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종자산업 육성 정책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종자산업 육성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면서 집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한국의 종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작물을 선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농촌 지역의 젊은 농업인이 경영적 마인드를 갖추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인재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고품질의 기준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농업 선진국의 사례를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하고 한국 상황에 맞도록 적극적으로 활용·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민간기업-농업인이 삼위일체로 상호협력을 이끌어낸다면 한국은 수년 안에 경제발전과 기술혁신에 힘입어 농업 부문도 ‘수입’하는 국가가 아닌, ‘수출’하는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 자신한다.

미힐 드 용 몬산토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