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기금 미국서 40% 수익 올렸다

미주중앙

입력

대니얼 윤 벨스타그룹 대표
15억달러 규모 헤지펀드 운용
부실자산 집중 투자로 큰 이득
한인은행 투자는 신중히 고려


2008년 4월 뉴욕.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11명의 젊은 한인 2세들을 만났다. 금융분야에서는 대니얼 윤 벨스타그룹 대표 빌 황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 대표 존 문 리버스톤사 전무가 초청장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대니얼 윤(사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 "한국의 연금 보험시장 규모가 1조 달러가 넘습니다. 한 해 10%의 수익률만 올려도 삼성 SK 현대가 버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니얼 윤(43.한국명 동준) 대표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 윤 대표가 운용하는 15억 달러의 헤지펀드에는 약 3억 달러규모의 한국 자금이 포함됐다.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최근 LA를 방문했다.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랜드 연구소 이사회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CBOL의 스펜서 김 회장과 대니얼 윤 대표 등 3명의 한인이 참여하고 있다. 대니얼 윤 대표를 2일 샌타모니카 로우스 호텔에서 만났다.

- 한인 1.5세나 2세가 한국에서 연금을 펀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 특별한 네트워크가 있나.

"내 자신이 세운 헤지펀드를 운용한 지 12년이 됐다. 7년은 펀딩을 미국에서만 했다. 그 이후로는 한국에 1년에 두세 번씩 왔다 갔다 하며 펀딩 준비를 했다."

- 그래도 한국의 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8년 대통령의 관심을 끌은 이후 아닌가.

"한국법이 바뀌어 한국 자금의 해외투자가 용이해졌다. 대통령과의 미팅이후 연금 관계자들이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 한국에서 펀딩한 금액은 얼마나 되나.

"약 2억8000만 달러 정도 된다."

- 투자 수익률은 높았나.

"한국자금이 들어간 4개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약 40%정도다. 순익으로 1억 달러다."

- 연금은 성격상 주로 보수적으로 운용된다. 한국의 연금을 받아 투자하는 것 치고는 수익률(40%)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이번 수익률은 10년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매해 그런 수익률을 낼 수는 없다."

- 주로 어디에 투자했나. 위험한 곳에 한 것은 아닌가.

"미국의 부실 자산들이다. 금융위기와 함께 문제은행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은행에도 투자를 했다. 위험한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부실은행에 투자하는 것은 10년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 부실은행 투자를 조언한 이유는.

"은행도 살리고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직원도 구하고 투자자도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투자였다."

- 벨스타같은 헤지펀드가 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은행 감독국이 싫어하지 않았나.

"물론 싫어한다.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감독국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말한 대로 행동했다. 정확히 말하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벨스타는 그것을 잘한다. 그런 점에서 시장에서는 벨스타를 알아준다."

- 지난 해부터 한인은행들도 증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한인은행도 투자대상으로 고려했나.

"6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한인은행들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투자를 위한 '윈-윈'상황이 아니다. 특정은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주식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있다는 뜻인가.

"다른 문제들이 많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는게 좋겠다. 그냥 내 의견일 뿐이다."

- 최근 한미은행도 우리금융 외에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내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는 천 가지가 넘는 기회들이 있다. 그중 가장 좋은 기회를 잡아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한미은행과는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다. 앞으로 투자환경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 투자의 원칙은 무엇인가.

"워런 버핏의 두가지 원칙을 따른다. 첫째 원칙은 '투자해서 돈을 잃지 마라'이며 두번째 원칙은 '첫번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물론 계기는 있었다. 아버지가 6년 전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꿈은 한국을 돕는 것이었다. 나는 골드만삭스 등에서 금융 훈련을 받았다. 내가 배운 것으로 한국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한국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긍정적이다. 경제 발전을 측정하는 3대 산업이 하이테크 엔터테인먼트 금융이다. 한국은 이미 하이테크 강국이다. 엔터테이먼트도 시작 단계지만 점점 강해지고 있다. 금융분야도 빠른 속도로 배우고 있다. 한국이 곧 금융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다."

- 미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은 우려된다.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냈다. 더 이상 중국이 달러를 매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자율도 오를 수 있다.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은 곧 시들, 아름다운 꽃같아"
차세대 한인리더 모임 넷캘(NetKal) 펠로우들과 미팅

대니얼 윤 대표는 랜드연구소 이사회에 참석하기 전에 1일 USC를 방문 차세대 한인리더 모임인 넷캘(NetKal) 펠로우들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주로 그의 삶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참석자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 머리가 백발이다. 나이는 많지 않은데. 스트레스 때문인가.

"아니다. 4~5년 전 부터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유전인 것 같다."

- 살아오면서 가장 큰 실수는.

"너무 일만 보고 삶을 즐길 줄 몰랐다. 인생(life)은 아름다운 꽃같다. 꽃은 어떤 가치가 있나. 곧 시들어 죽고 만다. 시들기 전에 마음껏 보고 즐기는 게 인생이다. 자근자근 씹어 먹으며 맛을 느껴야 한다. 한꺼번에 삼키려 들면 안된다."

- 경력이 특이하다. 군대에서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직문화가 많이 다르지 않나.

"골드만삭스에서 직장상사가 충고한 얘기다. '대니얼 당신은 똑똑해 그런데 말이야~(you are smart but~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말이야' 뒤가 진짜 하려는 말이다. 그 앞은 듣지 말라고 하더라. 반면 군대는 직설적이다."

-특수부대(레인저) 학교에도 들어갔다. 그곳 생활은 어땠나.

"전쟁포로가 됐다고 생각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른 참가자들은 불평했다. 하지만 나는 '한 시간이나 재워주네' '식사도 한 끼는 주는구나' 이렇게 생각했더니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됐다. 몸무게가 30파운드나 줄었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배웠다."

■대니얼 윤 대표는…주한미군 장교출신 '금융 무역인'

한국 자본을 미국에 투자해 돈을 벌어다 주는 '금융 무역인'이다.

6세 때인 1973년 미국에 이민 온 한인 1.5세다. 웨스트포인트(육사)를 졸업하고 주한미군 장교로 근무했다. 리먼 브라더스와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뒤 1998년 부터 자신의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해 운용해오고 있다.

벨스타 그룹은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탈프(TALF.기간자산담보대출)에 참여해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벨스타는 29억8000만 달러의 탈프 자금을 이용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채권 등을 담보로 만들어진 'AAA' 신용등급의 자산담보부증권(ABS)에 투자했다.

또 최근에는 워싱턴주에 본점을 둔 자산 97억 달러 규모의 은행인 스털링 파이낸셜(심볼:STSAD)에 7억3000만 달러 증자를 위한 자문역할을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중 1억 달러가 한국 자본이다. 당시 매입가는 주당 13달러20센트 3일 현재 종가는 16달러50센트다.

글=김기정.사진=박요한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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