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축비, 무상급식 전용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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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무상급식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에 가세했다.

 교과부는 24일 “일부 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추진하기 위해 학교 신설비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 설립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무상급식은 전면 확대보다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교육청이 무상급식 같은 특정 복지에 급격히 투자하면 교육 재정이 나빠지고 저소득층 지원도 부실해진다”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이날 12개 교육청이 학교 신설비를 내년도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김병규 지방교육재정과장은 “2013년 개교 예정인 63개교를 지으라고 내년에 9734억원을 주기로 했는데, 교육청들이 학교 신설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거나 대폭 감액해 총 4463억원을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8조 1항에 따라 내년 2월 확정 교부 때 그만큼 감액하겠다”고 설명했다. 성삼제 교육복지국장은 “무상급식에 쓰기 위해 교육청들이 대거 학교 신설비를 예산안에서 빠뜨린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며 “지원금을 깎으면 무상급식을 추진하기 어려운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삭감 대상은 당초 학교 신설비가 배정되지 않은 대구·강원·전북·제주교육청을 제외한 12개 교육청이다. 교과부의 압박 대상은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될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교육청은 금액이 크기 때문에 학교 신설비를 무상급식 재원으로 돌릴 생각이었다면 차질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무상급식을 위해 추가되는 예산은 서울이 1266억원, 경기가 1276억원가량이다.

 서울·경기교육청은 “학교 신설비를 무상급식용으로 전용하지 않았는데도 교과부가 문제 삼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신설비는 원래 한꺼번에 받은 뒤 2~3년에 걸쳐 운용하며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 정상영 부대변인은 “9개 학교의 용지매입비를 편성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무상급식 때문이 아니라 경기도 분담금이 오지 않아 교육청이 일단 부채를 대신 갚은 것”이라며 “교과부가 이를 무상급식과 연결 지은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탁·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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