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골의 겨울

중앙선데이

입력 2010.12.24 23:23

지면보기

198호 11면

화개골은 좁고 깊어 빼어납니다. 빼어남은 화려함인지라 놀이객이 많이 찾습니다. 화개장터에서 나뭇잎 다 털어낸 벚나무 길을 따라 10여 리 올라가면 쌍계사가 있습니다. 절집 곁으로 흐르는 계곡이 두 개라 해서 쌍계사입니다. 오르는 길의 왼쪽이 폭포골, 오른쪽이 내원골 계곡입니다. 절집을 지나쳐 깊은 겨울의 쓸쓸함이 내려앉은 내원골을 잠시 올랐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바위에 얼어붙어 잔설로 남아 쓸쓸함을 위로합니다. 저도 멀리 있는 잔설이 눈에 띄어 올랐습니다. 바위를 지나치는 계곡 바람이 눈 녹을 틈을 주지 않았나 봅니다. 길을 벗어나 계곡가로 들어가니 찬 기운이 한층 역력합니다.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바람은 보이진 않지만 몸으로는 느낄 수 있습니다. 바위에 손을 짚으니 어깨가 으스스해집니다. 스스로 깊은 겨울로 빠져든 걸음이었습니다. 겨울은 몸이 떨려야 겨울입니다. 시린 손으로 한 장 남은 달력의 맨 끝줄을 넘기려 합니다. 조심스럽습니다. 그럴 때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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