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씨, 금관문화훈장 추서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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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1915-1975)씨에게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될 전망이다. 정부는 21일 오후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잡지문화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인정, 금관문화훈장(1급)을 추서키로 했다.

장씨에 대한 훈장 수여는 22일 국무회의 의결과 내주 초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확정되며 그럴 경우 11월 1일 오전 10시 30분 한국잡지협회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올해 잡지의날 기념식 때 훈장이 추서된다.

지금까지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잡지인은 아무도 없어 잡지계는 그의 추서 추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훈장 추진에 눈길이 쏠리는 또다른 이유는 지난해에 겪었던 우여곡절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잡지협회의 금관문화훈장 추서 추천에 대해 장씨가 잡지인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훈격을 한 등급 낮춘 은관문화훈장(2급)으로 결정했고, 이에 유족 측이 강력히 반발함으로써 국무회의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문화관광부와 잡지협회는 장씨의 공로로 봐 금관문화훈장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행정자치부 등은 잡지인에게 금관훈장을 준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훈격이 논란 끝에 은관으로 낮아졌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장씨 유족은 "은관문화훈장 훈격은 고인의 업적에 맞지 않을뿐 아니라 '사상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해 추서 자체가 중도무산됐다. 지난 해와 같은 절차로 훈장추서를 재추진해온 정부는 유족의 반발과 사회적 비판을 고려, 이번 차관회의에서 금관 추서를 별 물의없이 결정함으로써 장씨가 타계 24년만에 훈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평북 선천 출신인 장씨는 53년 부산 피난 시절에 무일푼으로 '사상계'를 창간, 잡지문화에 새 지평을 열었으며 62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막사이사이상 언론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씨는 66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거돼 복역한 것을 시작으로 형극의 길을 걸었다. 이듬해 서울 동대문에서 신민당 공천으로 옥중 출마해 당선된 그는 73년까지 정치 일선에서 활약했으며 74년에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15년형을 선고받는 등 투옥생활을 계속했다.

장씨는 특히 75년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본부 이름으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는 등 민주회복을 위해 헌신하다가 그해 8월 등산길에서 의문의 추락사로 타계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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