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제9구단 창단 반대하는 롯데, 팬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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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가 22일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의향을 밝혔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1991년 8개 구단 체제가 됐다. 이후 무려 19년이 지나서야 9구단 창단의 기틀이 마련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해 기존 구단들, 야구 관련 단체, 창원시 등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딱 한 곳에서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바로 부산·경남을 연고지로 둔 롯데 자이언츠다.

 장병수 롯데 사장은 22일 “9구단 창단을 절대 반대한다. KBO 이사회에서 반대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흑자 구단이 하나도 없다. 창원 구단이 탄생하면 (롯데의) 입장 수입이나 광고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은 팀을 늘릴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9구단 창단으로 기존 구단들이 손해볼 부분이 있겠지만 전체 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 신영철 SK 사장, “엔씨소프트가 9구단으로 참가하면 야구계 전체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적극 찬성한다”는 김진 두산 사장과는 대조적이다.

 롯데는 연고지에서 8개 구단 중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1000만 인구의 서울에는 두산·LG·넥센 등 세 개 구단이 있다. SK는 인구 260만 명의 인천이 연고지다. 사실상 1200만 인구의 수도권에 4개 구단이 몰려 있다. 롯데는 부산의 356만 인구와 서부 경남권까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통합 창원시 인구만 해도 108만 명이 넘는다.

 장병수 사장은 “전체 구단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프로야구 발전이라는 대의보다는 자신들의 영업권이 침해받을 것을 우려한 목소리로 들린다.

 롯데가 기업으로서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수년째 적자를 보면서까지 야구단을 운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롯데는 국내 최대·최고 야구 시장인 부산·경남을 연고지를 두고도 투자에 제일 인색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프로야구 시장은 성장 중에 있다. 팀당 관중 수익이 최고 80억원까지 증가하고 있다. 야구 인기에 힘입어 중계권료와 스폰서 수익도 늘고 있다. 구단마다 다양한 마케팅으로 자립을 향한, 적자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9구단의 재정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면, 제대로 검증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고민하면 된다. 엔씨소프트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야구단을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롯데는 자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무엇이 야구 발전을 위하는 길인지 깊이 생각하고, 팀 창단을 열망하는 야구 팬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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