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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으려면 R&D에 투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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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임스 다이슨
영국 다이슨사 회장

다이슨사에서 최종 제품은 매우 장기간의 리서치,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거쳐 탄생한다. 완제품이 생산라인에서 굴러떨어지는 순간은 제품 컨셉트, 수백 개의 모형, 테스트를 하는 데 든 수년간의 노력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다이슨사의 유일한 목표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이 기업정신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우리는 마케팅의 과장 어구로 소비자의 선택을 얻고 싶지 않다. 고객이 기술과 성능 때문에 다이슨 제품을 선택하기를 원한다.

 연구개발(R&D)과 제조에 드는 원가는 결국 투자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보답이 항상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투자액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R&D와 제조에 투자해 얻는 성과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 효율적이다. 그리고 당신 회사의 생존을 담보해 줄 수 있다.

 R&D는 워낙 돈과 시간이 드는 인고의 과정이다. 아이디어는 잠깐 사이 나올 수 있지만 발명은 장기적이다. 신생 기업은 그래서 초기 단계에서 많은 빚을 지게 마련인데, 그래서 R&D에 기반한 신생 기업들엔 어떤 형태든 지원이 필요하다.

 현금 유동성에서 오는 압박은 많은 벤처기업의 R&D를 중단하게 만들고, 세계를 놀라게 할 발명의 씨앗이 될 좋은 아이디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 다이슨사의 청소기도 마이크 페이지라는 은행 간부를 만나지 못했다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망설이는 영국 로이드 은행에 60만 파운드를 빌려주도록 설득했다. 이 돈으로 나는 다이슨 청소기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출 수 있었다.

 2002년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다. 영국 맘스버리 공장 확장에 대한 허가를 얻을 수 없었고, 부품 공급업체들도 빠르게 극동지역으로 이전하는 추세였다. 그래서 우리는 생산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기기로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옳은 것이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경제에 대한 해답은 제조업을 포기하고 서비스 산업의 껍질 속으로 숨는 것이 아니다. 세계 10대 대기업 중 9개 기업이 중공업 분야다.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자보다 더 나은 기술과 더 향상된 엔지니어링이 요구된다. 이는 R&D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영국 다이슨 본사 RDD(연구&디자인&개발)센터에는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있다. 생산공정 이전을 통해 우리는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신기술 디자인, 개발과 엔지니어링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2002년 이전, 다이슨사의 해외 매출은 전체의 30%에 못 미쳤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디지털 모터와 에어 멀티플라이어를 포함한 획기적인 신기술 적용 제품을 연이어 개발·출시하는 데도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이전을 결정하기 전에 꼼꼼한 현지조사를 했다. 대량의 도구와 설비를 수송해 새로운 지역에 이전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었다. 글로벌 전략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블랙베리와 e-메일, 그리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하긴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하는 토론을 따라갈 순 없다. 맘스버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대부분이 일 년에 서너 달을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제조공정의 마지막 단계를 감독한다.

 하지만 우리가 영국 R&D센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면 공장 이전은 아무것도 아닌 작업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영국 산업은 지적재산권 싸움터에서 중국·인도와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의 이점을 행사할 수 있는 기술 및 특허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 문제는 영국에 국한된 게 아니다. 아이디어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적으로 R&D와 제조에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나는 믿는다.

제임스 다이슨 영국 다이슨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