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말 주택복권은 최고 당첨금이 20억원인 ‘밀레니엄 복권’이란 1회성 특별복권을 발행했다. 이 복권은 날개돋친 듯 팔리면서 매진됐다. 고액 특별복권이 ‘장사가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당시 복권을 발행하던 각 부처 산하기관이 경쟁적으로 최고 당첨금 20억~40억원의 특별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과당 경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정부가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하고, 근로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비판이 많아졌다. 당시는 건설교통부 등 10개 기관이 개별 법률에 근거해 복권사업을 벌일 때였다.
결국 정부는 발행기관 간 자율적 의견조정기구인 ‘복권발행협의회’를 만들어 특별복권 발행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최고 당첨금 한도를 추첨식 5억원, 즉석식 1억원으로 정했다. 온라인복권(로또복권) 도입도 이 협의회에서 결정됐다. 2002년 12월 도입된 로또복권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수익금이 당초 예상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이렇게 복권시장이 커지면서 복권사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아졌다.
정부는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근거해 국무총리실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 성격의 복권위원회를 만들었다. 복권위는 2008년 정부 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로 소관이 바뀌었다. 복권위는 복권기금 관리와 복권정책을 수행하는 동시에 독점적인 복권 발행기관이기도 하다. 다만 복권 발행과 판매를 민간사업자에게 위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로또복권은 나눔로또가, 인쇄·전자복권은 한국연합복권이 수탁사업자다. 전자복권(인터넷복권)은 3개 재수탁사업자가 판매업무를 맡고 있다. 스포츠 경기의 결과 예측 복권인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담당한다.
로또의 경우 5년마다 민간 수탁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 2007년 2기 사업자에 이어 2012년에도 차기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하필이면 사업자 선정 시기가 매번 대선 일정과 겹친다. 투명하게 사업자 선정과정을 이끌어도 괜한 뒷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사업자가 바뀌다 보니 효율은 효율대로 떨어지고 전문성도 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복권 전문가는 “수탁사업자를 5년에 한 번씩 새로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노하우가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조직인 복권위원회는 공무원들이 1~2년의 순환근무를 하고 있어 전문성을 키우기가 힘든 여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정부는 복권사업의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위·수탁 방식을 공공기관이나 산하기관이 복권사업을 항구적으로 운영·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취재팀=서경호(핀란드·스웨덴)·김원배(미국·캐나다)·권호(프랑스·네덜란드) 기자
재미있는 복권 상식
추첨식 복권, 고대 로마서 시작
◆복권의 종류=크게 추첨식 인쇄복권, 즉석식 인쇄복권, 온라인복권, 비디오복권 등 네 가지 형태다. 한국은 추첨식 인쇄복권, 즉석식 인쇄복권, 추첨식 전자복권, 즉석식 전자복권, 온라인복권 등 다섯 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추첨식복권(Passive/Draw Lottery)은 고대 로마 때 시작된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복권이다. 미리 인쇄된 번호의 복권을 구입해 일정액의 고액 당첨금을 소수가 지급받는다. 1등 당첨 금액의 크기에 따라 판매가 좌우된다. 유럽·남아메리카·아시아 등에서 여전히 지배적이다.
즉석식복권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주가 1974년 처음 발행했다. 복권 전면에 당첨 여부와 당첨 금액을 인쇄하고, 이 부분을 엷고 불투명한 라텍스 막으로 덮어 구매자가 동전이나 손톱으로 긁어(Scratch-Off) 당첨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온라인복권은 복권의 최종 구매자가 복권 판매장소에서 복권 발행시스템을 갖춘 중앙전산센터와 전용회선으로 연결된 복권의 발매 단말기를 통해 직접 번호를 선택하거나 전산에 의해 자동으로 번호를 부여받아 출력된 복권을 구매하고, 추첨으로 당첨번호를 결정하는 복권이다. 로또·넘버스·키노·토토가 대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