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만 있는 잠실주공5단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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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 가능한 호재도 아닌데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요.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어 있기 때문이죠.”(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중개업자)

서울 13개 고밀도지구 중 단일 단지로 최대 규모(3930가구)인 잠실 주공 5단지.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은커녕 재건축 추진위원회만 구성된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다.

이런 데도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뛰고 있다. 매물도 거의 한 달째 품귀다. 3월 초 흘러나온 5단지 일부 지역의 상업지역 용도변경설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송파구가“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아파트 호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상업지역 용도변경설에 껑충


잠실 고밀도지구에 속하는 주공 5단지의 바닥권은 지난해 11월께다. 당시 주공 34평형은 5억6000만원, 36평형은 7억2000만∼7억3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등록세율 인하(개인 기준 3%→1.5%)조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런 주공 5단지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3월 초 한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다.

송파구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사업안으로 일반주거지역 3종인 주공 5단지의 일부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하고 용적률도 현재 230%에서 800%로 대폭 올리기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아파트값이 단숨에 3000만∼5000만원 뛰었다. 이에 놀란 송파구는 중개업소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송파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잠실 5단지의 일부 상업지역 용도변경은 2002년 송파구 도시관리계획에서 잠실 부도심 지정을 위해 검토한 적은 있다”면서도 “아파트지구가 해제되거나 용도가 변경된 사례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보도자료에 대해 집주인이나 중개업자들은 ‘여건이 되면 용도지역을 바꿔주겠다는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잠실 5단지 아파트값이 단기간 급등한 데에는 송파구가 단초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용도지역이 변경되면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데 이를 경우 40∼50평형대 아파트를 무상으로 배정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값이 많이 뛰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도지역 변경 승인권자인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도지역을 바꾸려면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파트지구를 상업지역으로 바꿔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조차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서울시의 이런 강경한 입장이 흘러나온 뒤 잠시 잠잠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서울공항 이전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그동안 고도 제한에 묶여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제2롯데월드 건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를 탔다. 거래는 3월 들어 34평형 10건, 36평형은 5∼6건 이뤄졌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현재 34평형은 8억∼8억1500만원,36평형은 9억2000만∼9억3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11월 바닥권에서 2억∼2억5000만, 3월 초에 비해선 1억원 이상 뛴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지난 주말에도 36평형이 9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중개업자들도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물은 귀하다. 34평형은 1층과 꼭대기층 등 4개 정도, 36평형은 아예 없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잠실 아파트 바로미터 된 주공5단지


지난해말 만해도 잠실주공 단지는 주공1ㆍ2단지가 주도를 했지만 지금은 주공 5단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ㆍ2단지가 관리처분이 끝나 재건축에 따른 기대이익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자는 “요즘은 가락 시영이나 둔촌 주공 중개업자들이 주공 5단지의 시세 동향을 먼저 물어온다”고 말했다. 그만큼 주공 5단지가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주공 5단지 상가에 중개업소만 43곳에 이른다. 워낙 중개업소가 한 곳에 몰려 있다 보니 정부대책이 나오면 금세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셋값은 되레 내림세


아파트값은 크게 올랐지만 전셋값은 약세다. 34평형의 경우 1억6000만∼1억7000만원, 36평형은 1억8000만∼1억9000만원 정도다. 지난해 말보다 1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재건축을 한다니까 세입자들이 입주를 꺼린다”며 “매물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공 5단지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 비율)은 고작 20%다. 서울 전체의 전세비율(49%ㆍ2월 국민은행 조사)의 절반도 채 안된다.

그만큼 실입주 보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잠실 5단지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부산ㆍ대구, 심지어 제주도 사람도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는 조심 조심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개업자들도 선뜻 매수를 권하지 않을 정도다. 아파트값이 개발 기대감에 들떠 단기간에 급등한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던 용도지역 변경 가능성도 현실화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소형의무비율, 후분양제등 온갖 재건축규제가 다 적용된다. 한 중개업자는 “매수를 하더라도 들뜬 분위기가 가신 뒤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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