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臺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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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해 타계한 중국의 석학 지셴린(季羨林) 선생은 사랑 애(愛)자를 쓸 때는 간체자(簡體字) 대신 꼭 번체자(繁體字)를 고집했다. 간체자로 애(爱)를 쓰면 글자 가운데의 마음(心)이 빠지게 되는데 ‘마음’ 없는 사랑이 가능하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매년 3월 열리는 중국의 정치협상회의에서도 번체자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중국의 국민가수 쑹쭈잉(宋祖英) 등이 그런 주장을 펴는 대표적 인물이다.

 번체자 복귀 주장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번체자가 중국 문화를 더 잘 대표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이 번체자를 쓰면 현재 번체자를 사용하는 대만과의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자판을 두드리는 컴퓨터 시대를 맞아 글자 쓸 일이 거의 사라져 간번(簡繁)의 차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복잡을 버리고 간편을 찾는 건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이다. 애(愛)자에 마음(心)이 있어야 한다는 건 사랑엔 돈도 필요하니 금(金)자도 추가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말한다. 특히 번체자 사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일부 지식인으로, 지적 유희를 즐기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국 대륙에서 한자의 획을 줄여 만든 간체자가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56년부터다. ‘초서체(草書體)를 이용해 규칙을 찾아내라’는 마오쩌둥의 지시 아래 청(淸)대 강희자전(康熙字典)에 수록된 4만7035자에 이르는 한자를 2238자의 간체자로 통폐합했다.

 지난주 대만(臺灣) 교육부는 각 학교와 출판사에 대만 표기부터 똑바로 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대만의 한자 표기에서 ‘대(臺)’와 ‘태(台)’로 혼용되는 것을 대(臺)로 바로잡으라는 이야기다. 대(臺)는 본래 ‘사방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이라는 뜻으로 ‘높이다’ ‘존경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되기에 나라 이름으로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臺)를 간화(簡化)해 쓰는 태(台)는 ‘기쁘다’는 뜻으로 대(臺)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에서다.

 대만 교육부의 지시는 대만의 명칭 자체가 번체자와 간체자 간의 싸움인 번간지쟁(繁簡之爭)에 휘말려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문을 배울 때는 번체자를, 중국어를 공부할 때는 간체자를 쓰는 우리 입장은 무엇인가. 통이 큰 걸까.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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