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 세일즈맨 천국…파격적 대우에 고급인력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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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이하 전 임직원이 영업직인 회사. 명문대 의사 출신이 세일즈맨으로 뛰는 회사…. '영업직' 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제약업계에선 최근 명문대 출신.미국 MBA(경영학 석사)등 고급인력이 영업직에 몰리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외국계 업체가 강해, 직원들이 인사.자금 등 관리부서 대신 영업직을 대거 희망하고 있다.

영업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데다 회사도 인사 등에서 영업직을 우대하기 때문이다.

◇ 모든 임직원이 영업직〓미국 존슨&존슨의 한국 합작법인인 한국얀센은 채용때 1백% 영업직만 뽑는다. 이에 따라 사장 이하 2백90명 전 임직원이 영업직 출신인 회사가 됐다.

관리부서는 E메일 사내 공모를 통해 2~3년 순환 근무한 뒤 영업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식인데, 조기 영업직 복귀를 원하는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지난 97년 관리 부서로 발령받았다가 1년여만인 지난해 말 자원해 병원 영업 세일즈로 돌아간 林모(30)씨는 "영업이 경력관리에 유리한 데다 뛴 만큼 벌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 고 말했다.

박재화 사장은 "전직원이 영업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영업을 경영의 최우선에 놓고 세일즈맨을 우대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다" 고 말했다.

◇ 의사.약사 세일즈맨〓미국 머크사가 1백% 투자한 한국MSD에는 서울대 의대 출신 의학박사인 정형화(34)씨가 올초부터 세일즈맨으로 뛰고 있다.

그는 의약품의 성분.효험을 의사.약사 등 고객에게 납득시키는 전문인력(학술 디테일). 이 회사 관계자는 "학술디테일 소속 직원이 맡는 품목은 구체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영업직원의 절반 가까운 40여명이 약사 출신이다.

◇ 영업은 '제약업의 꽃' 〓한국글락소웰컴.한국화이자.한국노바티스 등에서도 영업직을 우대하는 인사 관행과 활발한 성과급 제도로 인해 10년 경력의 영업직 연봉이 실적에 따라 2천만~3천만원씩 차이나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성과급이 발달해 있다.

또 한국릴리는 최근 스톡옵션을 통한 파격적 성과급제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업직 경력이 많은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일은 이미 외국계는 물론 토종 제약업체에까지 널리 퍼진 인사 관행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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