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미얀마 핵시설 사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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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미얀마와 북한의 핵개발 협력 의혹에 대한 사찰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IAEA가 북한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미얀마의 비밀 핵시설에 대한 현장방문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미얀마 군사정부에 보냈다고 전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에는 미얀마의 지하 핵시설에서 약 300명의 북한 기술자가 일하는 것을 봤다는 익명 소식통의 발언이 소개돼 있다.

 IAEA 세이프가드(안전조치) 부서의 관계자는 “현재 IAEA가 공식적으로 미얀마 방문을 요청한 상태”라고 확인했다. 이에 앞서 IAEA는 몇 달 전에도 미얀마 정부에 최소 2건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 IAEA 조사관 로버트 켈리는 지난 5월 미얀마가 북부 문화도시 만달레이 인근에 핵연료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 무기가 미얀마를 통해 이란이나 시리아로 수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IAEA의 서한 발송은 북한과 미얀마가 장거리 미사일·지하 벙커뿐 아니라 핵기술과 관련해서도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미국과 아시아 주변 국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북한 핵 활동에 대한 우려는 최근 시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북한을 직접 방문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임을 직접 확인한 후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미얀마는 유엔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며 IAEA와도 평화적인 원자력 연구에 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는 공식적으로 핵 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IAEA가 미얀마의 핵시설 사찰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WSJ는 그러나 “미얀마 군부가 IAEA의 방문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한 국제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도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해 IAEA 사찰에 협조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는 IAEA의 서한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미얀마 정부는 처음 이 같은 의문이 제기됐을 당시 북한과 어떤 핵 프로그램 또는 군사적 협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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