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넥센·롯데 … ‘쩐의 전쟁’ 깊은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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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로 선수에게 연봉은 자존심이다. 그러나 지출을 줄여야 하는 구단은 선수 개개인의 욕구를 모두 채워줄 수 없다. 매년 겨울 구단과 선수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개막됐다. 8개 구단이 2011년 선수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단과 선수 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시선이 쏠리는 팀은 LG와 넥센·롯데다.

 ◆LG ‘개혁? 무리한 시도?’=LG는 지난달 주요 선수들과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홍을 겪었다. LG는 올 시즌부터 기존 개인 성적 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의 기여도를 연봉 고과에 반영하기로 했다. 구단은 시즌 시작 전에 선수들에게 새로운 연봉 산출 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 뒤 새 방식으로 계산된 연봉이 제시되자 일부 선수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올해 연봉 2400만원의 고졸 2년차 내야수 오지환(20·125경기 출장, 타율 0.241, 13홈런)은 2011년 연봉으로 1억원을 제시받았다. 반면 1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대졸 8년차 투수 정재복(29·16경기 등판, 1승1패)의 내년 적정 연봉은 60%나 삭감된 4000만원으로 계산됐다. 1년간의 활약도로 5~6년 선배의 연봉을 뛰어넘을 수 있는 파격적인 산출법이다. LG 구단은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내부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팀 성적이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베테랑 선수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넥센·롯데도 깊은 고민=다른 몇몇 구단도 선수들과의 의견 충돌을 걱정하고 있다. 넥센은 이미 2011년 재계약 대상자 60명 중 45명과 계약했다. 그러나 남은 15명과의 협상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이 면제되고 골든글러브까지 받는 유격수 강정호가 구단과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억500만원을 받은 그는 내년 연봉으로 1억7000만~1억8000만원을 원하고 있으나 구단은 1억3000만원을 제시했다. 넥센 관계자는 “총 연봉액이 정해져 있다. 강정호가 뛰어난 활약(133경기 출장, 타율 0.310, 12홈런)을 펼쳤지만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을 끌어올린 선수가 많은 롯데도 고민이 크다. 롯데는 올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또다시 준플레이오프에서 주저앉았다. 롯데 구단은 연봉을 산출하는 데 4위라는 팀 성적이 가점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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