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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카토’가 톱10 중 6자리 차지 … 새콤 달콤한 맛이 한국인 입맛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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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연말이면 이런저런 모임이 많다. 와인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와인 바에서 모임을 열기도 한다. 이럴 때 대화에 끼지 못하면 속이 많이 상한다. 하지만 와인이란 게 생산 지역, 포도 품종, 색깔 등 워낙 다양해 친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와인 가게에 가도 가격대와 산지만 보고, 적당히 고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와인나라와 중앙일보가 마련한 와인 컨슈머리포트는 ‘와인에 관심은 많지만,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요긴한 정보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와인에 상당한 식견이 있는 소비자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와인 전문가 장홍씨는 “한국의 와인 문화는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가 함께 평가한 와인 컨슈머리포트가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와인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와인 컨슈머리포트에는 30개 와인 수입사의 2만원대 이탈리아 와인 75종이 시음대상에 올랐다. 와인나라 측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2만원대 이탈리아 와인의 대부분을 시음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레드(35종) 와인이 가장 많았고, 화이트(21종) 와인과 모스카토(발포성 화이트 와인·19종) 와인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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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은 치열했다. 종합평가 1위 와 10위 의 점수 차는 1.39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와인 수입사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와인을 수입하고 있어 와인 간 수준 차이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종합평가 결과 전체 상위 10개 와인 중 달콤하면서 발포성이 있는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이 6개나 들었다. 와인나라 이철형 대표는 “2만원대가 아니어서 이번 평가에서는 제외됐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이탈리아 와인 붐을 이끌었던 ‘빌라엠’도 모스카토 품종”이라며 “모스카토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새콤달콤한 맛과 낮은 알코올 함량(평균 5도 선)으로 연말 모임용으로 손색이 없다”고 소개했다.

 ◆순위에 오른 와인은=종합평가 1위로 뽑힌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 2009’는 아카시아·오렌지·살구·복숭아 향이 풍부하다. 2위인 ‘카사 산토르솔라 모스카토 다스티 2009’는 이탈리아 와인의 대표 산지인 피에몬테 지방의 랑게 마을에서 생산됐다. 이 와이너리는 현재 총 생산량의 85% 정도를 해외에 수출할 만큼 명성이 높다.

 3위인 ‘레 프롱데 모스카토 다스티 2008’은 1878년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한 폰타나프레다 와이너리의 제품이다. 부드럽게 압착한 포도를 낮은 온도에서 2차 발효시켜 부드러운 맛과 과일향이 살아있다. 와인 애호가 송응석씨는 “미네랄 향이 진한 독특한 모스카토 와인으로 특히 인상이 깊다”고 평가했다. 4위는 야생 꽃 향이 특징인 ‘라가리아 리슬링 2009’, 5위는 부드러운 단맛이 나는 ‘네이라노 피툴레 모스카토 다스티 2009’가 각각 차지했다. 풋풋한 사과 향이 느껴지는 ‘칸티네 델 보르고 레알레 오르비에토 2008’과 상큼한 꿀향의 ‘마렌코 줄리에타 모스카토 NV’가 공동 6위를 차지했다.

 리츠칼튼호텔 은대환 소믈리에는 “8위인 ‘롱고&신치니 네로 다볼라 NV’는 2만원대로 저렴하지만, 향이 우아해 파티에서 조연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이정훈 소믈리에는 “달콤한 맛이 특징인 모스카토 품종의 경우 굳이 비싼 와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 입맛 차이는=종합평가 순위는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의 평가를 합산해 평균한 값을 토대로 결정한다. 종합평가 결과 레드와인은 한 가지 제품(‘롱고&신이치 네로 다볼라NV’)만 순위에 들었다. 반면 전문가 15인이 평가한 결과에서는 상위 10개 와인 중 4개가 레드와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레드와인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일반 애호가들은 프랑스나 칠레 레드와인에 비해 아직 입맛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레드 와인은 의외로 우리나라 음식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특히 불고기·삼겹살·돼지갈비·닭찜 등 흔히 먹는 육류 요리에 잘 맞는다.

 일반 애호가들이 1위로 꼽은 와인은 모스카토 품종의 ‘폰타나 프레타 르 모스카토 다스티 2008’이 차지했다. 애호가들은 전문가에 비해 달콤하면서 가벼운 향의 와인을 선호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연말 파티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가로 뽑았다.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는 평가 대상 와인 중 ‘반피 콜 디 사소 2006’ ‘페우도 아란치오 스템마리 그릴로 2008’ ‘프레스코발디 레몰레 2006’ ‘멜리니 키안티 2006’ 등을 연말 파티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았다. 이들 와인은 타닌이 강하지 않아 가볍고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날 시음에 참가한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무역진흥부 김현진 상무관은 “스파클링 와인(스푸만테)의 일종인 프로세코(Prosecco) 품종은 식사 전에 마시기에 아주 좋다”고 소개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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