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혹에 약한 연예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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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18면

히로뽕(Methamphetamine)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미국에선 아이스·크랭크·글래스로 통한다. 태국에선 야바, 일본에선 샤부, 러시아에선 빈트, 뉴질랜드에선 P다.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히로뽕 중독자 가운데는 히로뽕인 줄 모르고 손댔다가 마약의 세계에 빠져든 경우가 많다. 과잉행동증후군이나 식욕억제제로 쓰이는 덱스암페타민(Dexamphetamine)과 효과가 엇비슷한 점이 있어서 머리 좋아지고 살 빠지는 약이라고 유혹하는 이들도 있다.

복용 시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약물 남용에 빠지는 이유 역시 다양하다. ‘멋있게 보여서’ ‘주변 친구들이 하니까’ ‘호기심이 나서’ ‘사는 게 지겨워서’ 등등. 기회가 박탈된 소수집단은 좌절감 때문에, 연예인들은 화려함 뒤의 외로움 때문에, 부유층 자제들은 과시욕 때문에 약물에 손대는 경향이 있다. 부모 덕에 풍요롭게 사는 부유층 자제와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이 약물에 손대는 심리기제는 통제점(Locus of control)이 자기 마음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면서 생기는 무력감 탓이 크다. 특히 연예인은 공연이나 연기 도중 에너지를 집중해서 써야 한다. 조명이 꺼지고 홀로 된 뒤에 몰아쳐오는 허무함과 피로를 잊기 위해 약물이나 술·섹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이유로 이들은 도박·조울증·자살·약물중독·음주와 사고들에 자주 빠져든다.

히로뽕의 무서움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와 가미카제 특공대가 이를 복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코카인은 기분이 좋아진다고 프로이트도 복용하고 환자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환각작용이 있고 정신병을 유발하는 LSD란 무서운 약물은 1960~70년대 히피들이 즐겨 복용했다.

마약은 처음엔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약물은 일단 시작하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그런데도 빠져 드는 것은 부정(Denial)이란 방어기제 때문이다. 즉 “나는 의지가 있고 조절하는 능력이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신체적 의존이 생기면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의학적 도움 없이는 그만둘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코카인이나 대마초를 흡입하는 부유층 자제들을 멋있게 묘사하는 것도 문제다. 남들은 구경도 하지 못하는 약물을 손댈 수 있는 것을 특권층의 징표로 오해할 수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구설에 오를까 봐 겁내는 데다 불규칙한 스케줄로 상담약속 잡기가 어렵다. 막상 시간이 있을 때에는 치료받을 돈이 남아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반인보다 치료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히로뽕·코카인을 장복하면 인체의 다른 장기가 파괴된다. 치매·파킨슨병·기질성 정신병·심각한 심장질환 등 후유증을 앓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있긴 하지만 인식과 운영체제의 부실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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