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뜯어먹던 '北꽃제비' 결국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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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스페셜' 캡쳐

지난 10월 KBS 스페셜 ‘북한 3대 권력세습 김정은, 그는 누구인가’편에 소개된 북한 20대 '꽃제비’ 여성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BS스페셜은 김정은 후계가 본격화된 시기에 주민들의 식량난이 심각해졌다고 전하며,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토끼풀을 찾으러 다니는 이 여성과의 인터뷰 장면을 방영한 바있다. 이 여성은 "토끼풀을 왜 매냐"는 촬영자의 질문에 "자신이 먹으려고 한다"고 대답해 시청자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KBS측에 이 동영상을 제공한 일본의 아시아프레스측은 9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 내부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다 지난 6월 평안남도에서 이 여성과 인터뷰를 가진 김동철씨에 따르면 이 여성이 지난 10월 20일경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시아프레스의 한 관계자는 “그녀는 가정도 없이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다가 옥수수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면서 “당시는 옥수수 수확 시기였으므로, 옥수수를 먹으러 갔다가 밭에서 굶어 죽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화폐개혁 조치에 따른 경제혼란으로 북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꽃제비들이 급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자도 발생했다”며 “사망한 여인 역시 무리한 화폐개혁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부패가 시작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신고를 받은 해당 지역 인민보안소(경찰)가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늑장 대응을 벌이는 바람에 시신이 오랫동안 옥수수밭에 방치됐다.

한편, 방송 당시 이 여성은 2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뼈만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 또한 이 영상은 KBS뿐 아니라 일본 아사히TV 및 영국 BBC 등에서도 방영돼 전 세계적에 충격을 줬다.

디지털뉴스룸 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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