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의 잠을 깨우는 ‘경종’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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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우리 세대의 스푸트니크 시기가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제2의 스푸트니크 시기’를 맞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래 경쟁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1957년 옛 소련이 미국에 앞서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한 뒤 그랬던 것처럼 교육과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의 포시스기술커뮤니티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오바마는 “스푸트니크 발사는 미국의 잠을 깨우는 경종(wake-up call)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당시 미국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주도로 우주과학과 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 69년 소련에 앞서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소련이 선기를 잡은 우주 개발 경쟁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오바마는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R&D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미 정부)는 경제 성장, 일자리 확대, 청정에너지 분야에 연구 방향을 맞추고 있다”며 “새로운 태양 전지판이나 전기자동차, 최신 배터리가 유럽이나 아시아가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 최근 타결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소개하며 “추가협상이 타결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현대차가 (미국) 도로에 있지만 서울에는 포드차가 그리 많지 않다”며 “이번 합의로 한국에 대한 연간 수출이 110억 달러 늘고, 최소 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근거로 한국과 중국의 사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 경험을 소개했다. 한국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너무 높아 걱정이란 점, GDP의 5%를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3%를 청정에너지 분야에 배정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한국의 경우 90% 이상의 가정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려 있는 반면 미국은 65%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중국에 대해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와 고속철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세계 최대의 태양광 R&D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 등을 소개했다. 미 AP통신은 오바마의 이날 연설에 대해 “내년 초 발표할 연두교서의 사전 시사회(preview)였다”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 대해 대규모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미국의 녹취 전문 서비스사인 FNS의 녹취록에 따르면 오바마는 이날 미국의 경기 침체 상황을 거론하며 ‘노스캐롤라이나’를 ‘노스코리아(North Korea·북한)’로 지칭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많은 섬유업체가 이곳 ‘북한’을 떠났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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