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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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북쪽을 뜻하는 북(北)은 두 사람(人)이 서로 등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원래의 의미는 ‘등지다’이다. 북쪽은 춥다. 그 방향을 나타내는 신은 거북(龜)으로 겨울을 상징한다. 거북은 장수(長壽)와 불사(不死)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원(元)대 이후 거북의 머리가 남성의 성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욕으로 쓰이기 시작하며 그 명예가 크게 실추됐고 아직도 미회복 상태다.

 거북을 보면 생각나는 한자가 느릴 만(慢)이다. 길게 끈다는 뜻의 만(曼)에 마음(心)이 더해져 흔히 ‘마음이 나태하고 몸이 늘어진 상태’를 일컬을 때 쓰인다. 그래서 동작이 굼뜨고 일하는 게 느린 것을 만수만각(慢手慢脚)이라고 한다. 그러나 느리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만공출교장(慢工出巧匠) 또는 만공출세활(慢工出細活)이라는 말처럼 일은 천천히 꼼꼼하게 해야 정교한 작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만(慢)자에 가장 부합하는 국민으로 중국인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인에 대해 흔히 ‘만만디(慢慢的)’하다고 말한다. 느리다는 것이다.

 반대로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의 특성은 ‘쾌(快)’자에 해당한다. 쾌도난마(快刀亂麻)란 말이 있다. ‘어지럽게 뒤얽힌 삼(麻)의 가닥을 잘 드는 칼로 일거에 베어 정리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북제의 문선제(文宣帝)인 고양(高洋)의 행동에서 유래한다. 고양은 아버지가 자신의 형제들에게 삼을 한 줌 주며 누가 빨리 추리는지 보겠다고 하자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亂者必斬)’며 삼을 한 칼에 잘라버렸다.

 쾌(快)자는 깍지(<592C>)에 마음(心)을 더한 형태다. 쾌(<592C>)는 화살의 시위를 당기기 위해 엄지에 깍지를 낀 오른손의 상형이라고 한다. 따라서 쾌(快)자는 곧 화살 시위를 놓았을 때의 시원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빠르다’는 것은 후에 파생된 뜻이며, 본뜻은 ‘기쁘다’이다.

 2년6개월 만에 복원된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최근 ‘기본으로 돌아가자’며 논어(論語)를 정독하고 있다고 한다.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룹에 유쾌(愉快), 상쾌(爽快), 통쾌(痛快)의 삼쾌(三快)를 확산시키는 조직이 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기쁨의 ‘쾌(快)’를 선사하겠다는 조직을 누가 반기지 않으랴. 관건은 실행이렷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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