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4일 MB, 동남아 순방 ‘강행군’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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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늦게 출국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문(9일, 10일) → 10일 밤늦게 말레이시아 출발 → 11일 새벽 귀국’.

 이명박 대통령이 8~11일 ‘1박4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다. 8일 국내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밤늦게 출발하고, 11일 새벽 귀국해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9일 밤 하루만 말레이시아 호텔에서 자고 이틀밤은 전용기에서 잔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짠 건 북한의 연평도 공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당초 이 대통령은 8일 오전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은 뒤 9일 ‘발리민주주의포럼’에 참석하고 말레이시아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런 뒤 하루를 더 머물고 11일 오후 늦게 귀국하는 3박4일 일정이 원안이었다. 그런데 일정을 확정한 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대통령이 국내를 비우는 게 부담스럽다” “출장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을 취소할 순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올 초부터 발리포럼의 공동 주재를 이 대통령에게 요청해 왔다고 한다. 게다가 유도요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제주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와 지난달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지난해엔 자신의 재선이 걸린 선거철이었고, 지난달엔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가 겹쳤지만 신의를 지켰다. 말레이시아 사정도 비슷했다. 올해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수교 50주년이다. 이 대통령은 국빈으로 초청받았다. 또 원전 수출 등 논의해야 할 경제 현안들도 많다. 3박4일 일정이 1박4일로 변경되자 수행 참모들은 “해외 출장을 빡빡하게 잡는 이 대통령 스타일 때문에 ‘1박3일’은 여러 번 해봤지만, ‘1박4일’은 또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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