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박지연, 바둑사를 장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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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
○·퉈자시 3단 ●·박지연 2단

제16보(193~211)=200까지 정리되자 우상 백집도 60집이 강하다. 좌하 20집과 하변 10집(A로 잡을 경우)까지 합하면 무려 90집 언저리다. 그렇다면 흑은 100집을 만들어야 안정권인데 정말 100집이 될까. 황급히 흑집을 세어 보니 좌상이 70집이고 중앙과 좌하를 합쳐 11집, 우하가 19집. 절묘하게도 정말 딱 100집이다! 대충 계산한 거지만 ‘반면 10집’이면 승패는 부동이다. 퉈자시 3단의 얼굴은 말이 아니다. 진땀과 홍조, 실망감이 뒤엉킨 채 마구 허물어지고 있다.

 210은 실수다. 아니, 자폭인지도 모른다. ‘참고도’ 백1로 잡을 자리. 흑2, 4의 수단이 있지만 흑도 리스크가 있다. 박지연 2단은 아마 그냥 참고 말았을 것이다. 211로 단수하자 퉈자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돌을 거뒀다. 백B에 이으면 흑A. 이건 차이가 반면 20집도 넘을 것이다.

 이리하여 박지연은 한국 여자기사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16강에 올랐다. 루이나이웨이 9단 이후 세계대회 본선에서 남자들과 겨뤄 승리한 기사는 박지연밖에 없다. 각종 타이틀전 결승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에 가려졌지만 박지연이 농심배 4연승에 빛나는 퉈자시를 격파한 것은 바둑사의 한쪽에 분명히 남을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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