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 성장세 주춤 … IT·유통 기고, 증권·보험은 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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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국내 상장사들, 체면이 좀 구겨지게 됐다. 내년 경영실적 예상치를 두고서 하는 얘기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올해 대비 내년도 순이익 증가율이 주요국 중 제일 낮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6일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회사들은 한국 주요 상장사들의 내년도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10.5%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 증권사와 투자은행 등이 추정한 내년도 당기순이익 증가율의 평균치다. 분석 대상 기업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들어가는 약 100개 상장사였다.

 10.5% 증가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은 수준이다. 세계 평균은 14.8%였고, 신흥시장은 16.2%였다. 미국(13.1% 증가)·일본(14.3%)·중국(14.2%) 등 주요국 대부분이 한국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한국보다 처지는 곳은 대만(10.3%) 정도였다.

 한국의 내년도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올해 고속 성장한 후유증이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49% 늘었다. 올해 워낙 장사를 잘하다 보니 내년에 웬만큼 잘한 정도로는 티를 내기 힘들어진 것이다. 내년 이익 성장률이 한국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만도 올해는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90% 늘어날 것으로 투자회사들은 보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경우,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유통 등의 순이익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순이익이 전년의 두 배로 뛰어오를 반도체 업체들은 내년에 -5.7% 역성장이 예상됐다. 반면 증권과 보험은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업종으로 분류됐다.

 순이익 증가율이 꺾이고, 그것도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은 주식시장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성장세가 더 강한 나라로 외국인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큰 폭 성장을 하고서도 내년에 두 자릿수 이익증가율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국내 상장사들의 체질이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증거”라며 “장기 투자를 하는 외국인들은 이 같은 체질 개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이른바 ‘한 단계 뛰어오른 이익 수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소리다. 원화가치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점도 한국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에 코스피지수가 2400까지 이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종목 선택이 중요=내년 순이익 증가율이 10.5%에 그칠 것이라지만, 이는 주요 상장사들의 전체 평균 성적표 예상치다. 개별적으로는 이익이 확 증가할 종목들이 있다. KB투자증권 강봉주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이익증가율이 둔화될 때는 상대적으로 이익 증가세가 큰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뛴다는 게 경험칙”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실적 개선이 눈에 확 들어올 종목들이 유망하다는 것이다. KB투자증권은 시가총액 상위 200개사 중에 내년에 이익이 많이 늘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높을 것이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다는 조건을 겸비한 주식들을 골라냈다. 다시 말해 투자 자본을 효율적으로 굴리고, 성장세도 가파른데 저평가된 종목을 꼽은 것이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LG전자·우리금융지주·S-Oil·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코스닥 기업으로는 OCI머티리얼즈·에스에프에이·GS홈쇼핑·주성엔지니어링 등이 이에 해당됐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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