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目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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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활쏘기나 총포(銃砲) 등으로 사격할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과녁이다. 순우리말처럼 자리를 잡았지만, 원래는 한자 단어인 관혁(貫革)에서 왔다.

 관혁은 글자 그대로 가죽을 뚫는 것이다. 명사(名詞)의 쓰임새로는 화살이나 창 등을 쏘고 던져 그들이 날아가 꽂히도록 만든 가죽이다. 달리 말한다면 곧 표적(標的)이다. 겨냥점이 분명해야 활의 화살이나 창이 날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목적(目的)은 이와 비슷한 단어다. 요즘은 목표(目標)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 유래는 활쏘기와 관련이 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唐) 왕조를 세운 이연(李淵)이다.

 북주(北周) 왕조가 막을 내리고 수(隋) 왕실이 들어선 581년이었다. 북주 왕실에서 고관을 지냈던 두의(竇毅)에게는 딸이 있었다. 성격이 괄괄해 여걸(女傑)이라는 말을 들었다.

 문약(文弱)한 사위보다는 ‘한 성깔’ 하는 딸을 위해 무재(武才)를 갖춘 사위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발한 광고(廣告)를 한다. ‘병풍 그림의 공작(孔雀) 눈을 화살로 쏘아 맞힌 사람을 사위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부자였던 두의가 사위를 구한다는 방문(榜文)이 붙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쏴서 공작의 눈을 명중시킨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다들 의욕만 앞섰지 모두 낙제(落第)였다.

 오직 한 사람, 나중에 당 고조(高祖)가 되는 이연이 성공했다. 두 발을 쏴서 공작의 눈 양쪽을 맞혔다는 것. 두의의 딸은 약속대로 이연에게 시집을 갔다. 후에 당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을 낳은 여인이다.

 ‘목적’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위를 찾기 위해 두의가 내건 공작의 두 눈을 가리키는 목(目), 과녁이라는 뜻의 적(的)이 한데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지향하고 가늠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모든 것이 잘 이뤄진다. 특히 대한민국 군대에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主敵)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

 2200만 동포를 굶주림에 몰아넣고 3대 세습을 이룬 노동당, 거침없이 그들의 명령을 수행해 천안함에 이어 연평도 사건을 일으킨 북한군. 대한민국 군대의 무력이 날아가 부숴야 할 주요 타깃, 즉 주적이기도 하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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