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척추질환 치료 최신 기법 ‘경막외 레이저 내시경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로런스 로스테인 박사와 최봉춘 원장이 환자의 꼬리뼈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척추 속 염증 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 2일 오전 9시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세연통증클리닉(원장 최봉춘)의 10평 남짓한 수술실에는 마취통증의학과 대학 교수와 전문의 30여 명이 빼곡히 들어찼다. 미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척추 수술법인 ‘경막외 레이저 내시경술’을 보기 위해서다. 척추시술 분야의 권위자이자 8년 전 이 시술을 직접 고안한 미국 노스 아메리칸 척추병원의 로런스 로스테인 박사는 엎드려 있는 환자의 엉덩이 바로 위 꼬리뼈 속으로 0.1㎜ 정도 되는 가느다란 관을 집어넣었다.

세계적 권위자 내한해 공개 시술

관을 20㎝ 이상 넣자 벽쪽에 놓인 화면으로 척추관(척추 속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관) 안쪽 모습이 보였다. 공동 집도자인 최 원장은 영상을 보며 환자의 신경을 누르고 있던 디스크와 그 주위의 염증을 레이저로 절제하고, 유착된 띠를 잘라냈다.

 약 30분이 지나자 시술은 안전하게 끝났다. 로스테인 박사는 “시술법을 개발한 뒤 3년여 전부터 미국 외 동유럽·중남미 등을 돌아다니며 시연과 강의를 했지만 한국 의사들만큼 손기술이 뛰어나고 세심한 의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막외 레이저 내시경술이란 척추가 불편한 사람을 위한 비수술적 요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척추뼈 사이를 지지하는 디스크는 제자리를 벗어나 신경이 밀집한 안쪽으로 밀려들어 온다. 척추관 근처 인대와 관절도 두꺼워져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척추관을 점점 좁게 만든다. 주로 2~3군데 척추관 협착증이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신경이 눌리면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 앉아있을 때는 척추관이 비교적 넓어지기 때문에 별 통증을 못 느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걸어다니면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다리가 아프고, 저리고, 발이 터질 듯한 증상을 겪는다.

신경근 유착 쉽게 제거 … 합병증 줄여

보통은 60~70대부터 잘 발생하지만 평소 자세가 나쁘거나 척추를 많이 쓰는 사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은 척추관 협착증이 빨리 시작된다.

 이 경우 예전에는 척추 부위 피부를 째서 척추관 속 문제가 되는 디스크나 염증 물질을 칼로 긁어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해당 부위에 염증물질을 줄이는 약물을 주입하거나 긁어내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디스크·관절·인대 등 비교적 딱딱한 물질은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절개를 하는 수술을 하면 척추관 주변부가 다칠 위험도 높고, 회복기간이 너무 길었다. 비수술적 요법을 쓰자니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경막외 레이저 내시경술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내시경으로는 환부를 정확히 볼 수 있어 주변 신경과 조직을 건드릴 위험이 거의 없고, 특수 레이저는 염증물질은 물론 인대나 디스크까지 자를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효과는 크고 안전성은 높아졌다.

 치료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하고 국소마취로 진행된다. 따라서 심장질환과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디스크 재발 및 척추수술 후 만성 통증도 치료가 가능하다.

만성·중증환자도 비수술 요법 가능

로스테인 박사는 “보통 척추수술을 받으면 2~3주간은 생활에 제약을 받지만 경막외 레이저 내시경술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는 바로 다음 날부터 샤워 등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입원도 할 필요 없고 시술 후 2~3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귀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봉춘 원장은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고 싶지만 수술을 꺼리던 환자, 또는 기존 비수술적 척추 시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자꾸 재발해 고민이던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