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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쥐어짜는 통증 30분 계속되면 위험신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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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18면

평소 건강하던 이모(47)씨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의식을 잃고 발작 증세를 보이더니 온몸이 시퍼렇게 변해갔다. 심장마비였다. 급히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찾은 이씨는 다행히 전기충격과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건졌다. 그러나 이미 몇 십 분 동안 혈액을 공급받지 못했던 이씨의 뇌는 상당히 손상된 상태였다. 결국 후유증으로 정신연령이 약 3세로 떨어졌고 이씨는 먹는 것과 입는 것, 용변 보는 것까지 아기처럼 모두 챙겨줘야 하는 덩치 큰 어른이 됐다. 단란했던 이씨의 가정은 가장의 심장질환으로 하루아침에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추워지면 잦아지는 심장질환

핏줄 막혀 영양공급 안 될 때 심근경색
심장질환은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2만2347명이 심장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200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10년 사이 15.8%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고지방·고칼로리 섭취가 늘면서 고지혈증과 고혈압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게 원인”이라며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으로 혈관이 좁아져 동맥경화가 됐다가 노화 과정으로 악화돼 심장혈관질환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돌연사의 70~80%는 심근경색증에서 기인한다. 추운 겨울날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가슴을 움켜쥐고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일생 동안 경험했던 것 중 가장 심한 흉통을 느끼게 되는데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해 죽어가는 심장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거나 중압감, 호흡 곤란, 식은땀, 소화불량 등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다. 심전도검사와 시간에 따른 혈청 심근효소치의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나 노인 가운데는 증상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심근경색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인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돼 막히는 것이다.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기면 심장근육은 허혈(虛血) 상태에 빠진다. 이때 가슴이 짓눌리는 것처럼 아프고 답답하다면 협심증을 의심한다. 그래도 혈류가 통해 심장근육이 괴사하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심근경색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묶어 허혈성 심장질환이라 하는데 전체 심장질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999~2009년 사이에만 사망률이 52% 증가했다.

심장의 박동 속도 불규칙한 부정맥
사실 심근경색증으로 심장근육이 일부 괴사한다고 해도 심장의 펌프질은 계속된다. 그런데 왜 급사하는 걸까.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는 “심장이 전기적으로 안정돼 심방과 심실이 한 박자씩 조화를 이루며 뛰어야 하는데, 심근경색으로 심장근육이 죽으면 비정상적인 전기스파이크가 일어나면서 돌연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결국 심근경색 이후에 심실 부정맥이 나타나 며칠 혹은 몇 시간 안에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심장의 펌프질은 심실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가 심장근육 세포를 자극하면서 일어난다. 1분에 60~100회씩 규칙적으로 박동하며 심장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혈액을 뿜어내게 한다. 이때 심장의 박동 속도가 불규칙한 것을 부정맥이라 하는데 60회 이하로 느리면 서맥, 100회 이상으로 빠르면 빈맥이다. 그중에서도 심실이 매우 빨리 뛰어서 혈액을 정상적으로 보내주지 못하는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이 제일 위험하다. 심실세동은 전기활동이 심실빈맥보다 지나치게 빨라 심실이 푸르르 떠는 상태다. 심방에서 나타나는 심방세동도 있으나 급사를 일으키진 않는다.

돌연사의 또 다른 원인은 심혈관계 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심부전이다. 말 그대로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몸 속 수분이 정맥으로 몰리면서 발이나 다리가 붓거나 폐나 간·위장에도 부종이 일어날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우정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으로 심장이 손상되거나 고혈압이나 음주로 심장이 지속적인 부담을 받아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수술·약물치료법 있지만 예방이 최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있다면 막힌 관상동맥을 재빨리 뚫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퇴부 동맥으로 가늘고 긴 관(카테터)을 넣어 하는 중재술을 한다.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라는 금속그물망을 넣고 풍선으로 부풀리면 혈관이 넓어지면서 혈류가 뚫린다. 혈관이 완전히 막혀 회생시키기 어렵다면 몸에서 다른 혈관을 떼어다가 관상동맥 옆에 새 길을 만들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을 한다.

시술을 받았더라도 혈전(피떡)이 관상동맥을 다시 막지 않도록 예방하는 항혈소판제(프라수그렐이나 클로피도그렐)와 아스피린을 약 1년간 복용해야 한다. 여기에 고지혈증 치료제와 혈압약, 니크로글리세린 등을 같이 처방 받는다.

부정맥을 진단받았다면 비정상적인 심장의 전기자극을 안정시키는 약을 먹을 수 있다. 서맥성 부정맥인 경우에는 심장박동기를 몸에 이식하고, 빈맥성 부정맥은 고주파 전기로 심장조직을 태우는 전극도자절제술을 쓴다. 심부전 또한 약물 치료와 인공심폐기 등을 통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심장은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망가진다. 이미 진행됐더라도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속도를 늦추거나 2차적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인 박승정 교수는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으며, 주 5일 이상 최소 30분 이상씩 운동하며 금주와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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