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수 앞세워 사사건건 발목” … 오세훈 ‘시의회와 협의 중단’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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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일 오후 진행된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 오세훈 시장이 불참해 시장 자리가 비어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서울시가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2일 밝혔다. 전날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반발이다. 오세훈 시장은 시의회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날 오전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으며 예정된 시정질문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오후에 출근해 시정 현장을 둘러봤다. 이에 대해 김명수(민주당)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시민이 위임해준 행정사무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려면 시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비난했다.

 오 시장이 의회와의 시정협의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야권이 지배하는 의회에 계속 끌려다닐 경우 앞으로 소신껏 시정을 펼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6·2 지방선거 이후 야권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서울 시정에 대해 제동을 걸어왔다. 서울시의회는 전체 114석 중 한나라당이 27석, 민주당이 79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8석은 당적이 없는 교육의원이다.

 시의회는 10월 시가 노들섬에 추진하고 있는 한강예술섬 건립안을 부결했다. 지난달에는 구로구 고척동에 들어서는 돔구장에 수익시설을 짓기 위해 예산 348억원을 추가 배정할 것을 서울시가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인 복지대책의 하나로 동작구 신대방동에 추진하는 서남권 행복타운도 규모·크기를 줄이고 건립 위치를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야당 의원들이 다수의 힘으로 서울시의 모든 사업과 예산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무상급식을 위해 시민을 위한 핵심 사업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더 묵과할 수 없어 시정협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은 ‘발목 잡기’가 아니라 ‘문제점 지적’이라는 주장이다. 김명수 운영위원장은 “한강예술섬은 매년 300억원씩 지원해야 하는 세종문화회관보다 규모가 훨씬 큰 공룡사업이 될 것이 분명하고, 돔구장은 348억원을 들여도 매년 2억원 밖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복지관은 복지 수요가 별로 없는 동네에 짓겠다고 했기 때문에 재검토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광태(민주당) 시의장도 “본인의 뜻대로 안 된다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일 뿐이고 시장이라는 자리의 막중함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대치 국면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시의회가 재의결한 뒤 의장직권으로 공포하면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낼 방침이다. 한나라당 김정재(비례대표) 대변인은 “무상급식 조례안은 교육감의 고유 권한인 급식 업무를 시장이 맡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례안 부칙에 무상급식 시행 시기를 못 박은 것도 교육감이 정해야 할 사항을 조례가 강제하게 돼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대치가 장기화하면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12월 16일) 안에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법은 ‘시·도의회는 회기 마감 15일 전에 차기연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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