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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CK도 간다, 일본 진출 시동 건 인디 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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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이 지난달 28일 도쿄 시부야의 라이브 클럽 ‘밀키웨이’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장엔 300여 명의 일본 관객들이 빼곡히 들어차 한국 인디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바운디 제공]


한국 대중음악의 물결에 일본이 출렁이고 있다. 신주쿠·하라주쿠 등 도쿄 중심부 거리엔 한국 아이돌 음악인 K-POP이 심심찮게 울려 퍼진다. 도쿄 최대의 번화가인 시부야에는 외벽의 절반을 소녀시대로 도배한 건물도 등장했다. 아이돌만이 아니다. 이름 난 라이브 클럽이 늘어서 있는 시부야에선 요즘 ‘코리안 인디즈’란 말로 대표되는 한국 밴드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인디 레이블(음반사)들 사이에 “일본 팬들이 K-POP뿐만 아니라 K-ROCK에도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일본 흔든 K-ROCK=지난달 28일 오후 도쿄 시부야에선 한국 인디 음악의 인기를 실감케 한 무대가 펼쳐졌다. 홍대 인디 레이블 연합회인 ‘서교음악자치회’와 일본 최대의 인디 레이블 유통사인 ‘바운디’가 함께 마련한 ‘서울-도쿄 사운드 브릿지’ 콘서트. 3년동안 3개월에 한번씩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인디 밴드가 교류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사운드 브릿지의 첫 무대였다. 시부야의 유명 라이브 클럽인 ‘밀키웨이’는 공연 시작 전부터 300여 명의 일본 관객들로 빼곡했다. 한국 모던록 밴드 ‘보드카레인’이 문을 열었다. 첫 번째 곡 ‘보고 싶어’가 흘러나오자 일본 관객들이 고개를 까딱이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강렬한 비트의 ‘널 원해’를 연주할 땐 고개를 아래 위로 흔드는 관객도 있었다. 보컬 안승준이 “일본 관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음악 감상만 한다고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실제 일본 관객들은 다소 미지근한 관람 매너로 유명하다. 한 공연 관계자가 “일본 팬들의 반응이 낯설 수도 있다”고 귀띔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우려와는 반대였다. 일본 밴드 ‘8otto(오토)’의 공연에 이어 한국의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뒤집혔다. 크라잉넛은 후지 록페스티벌 등 일본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리더 한경록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는 일본 관객들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오늘 무대에선 한국 록의 열정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을 연주하며 등장한 크라잉넛은 무대 앞에 마련된 단상 위로 뛰어올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관객들 사이에서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이 터졌다. 크라잉넛이 일본 펑크록 밴드 ‘블루하츠’의 히트곡 ‘린다린다(リンダリンダ)’를 일본어로 부르자 속칭 ‘떼창(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는 것)’이 들리기도 했다.

 크라잉넛의 대표적인 히트곡 ‘룩셈부르크’를 부를 땐, 일본 관객들이 한국 록에 제대로 빠져들었다. ‘룩셈부르크’의 후렴구(‘룩,룩,룩셈부르크 아,아,아리헨티나’)를 ‘도,도,도쿄타와 카,카,카미나리몬’으로 바꾸어 불렀다. 도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노랫말에 실리자 300여 관객이 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팔을 흔들고 폴짝폴짝 뛰는 관객들도 있었다.

 공연장에서 만난 우스이 히로미는 “한국 아이돌 음악은 많이 들어봤지만 밴드 음악은 처음이다. 한국 밴드의 신명 나는 음악이 일본에 더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디음악도 해외진출=‘서울-도쿄 사운드 브릿지’는 한국 인디 음악을 일본으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교음악자치회 최원민 회장은 “한국 인디 음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첫 공식 채널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교음악자치회의 일본 측 파트너인 바운디는 현재 유통중인 인디 레이블만 1400개에 이르는 대형 유통사다. 바운디를 통해 음반을 발표하는 밴드가 7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바운디의 타쿠 나카지마 이사는 “사운드 브릿지 콘서트를 통해 실력 있는 한국 밴드를 발굴해 내년 상반기쯤 일본에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운드 브릿지’의 서울 콘서트는 4일 오후 7시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한국에선 보드카레인과 크라잉넛, 일본에선 피아노잭과 오토가 무대에 오른다. 02-332-3934

도쿄=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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