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정부 초기 대응 미흡 사과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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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10시 발표할 담화의 제목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국민 담화’다. 제목에서부터 연평도 공격을 도발로 규정한 만큼 담화는 북한에 대한 규탄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담화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직접 지목하며 규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혀온 ‘추가 도발 시 강경 대응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번 담화를 통해 북한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극소수의 참모만 담화문 작성에 참여하고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다만 이 참모는 “이번에는 천안함 사건 관련 담화 때처럼 구체적인 대북 제재안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천안함 침몰 때 이 대통령은 사건 발생일(3월 26일)로부터 두 달여 만인 5월 24일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따라서 연평도 포격 발생 6일 만에 발표되는 이번 담화는 신속한 결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에는 천안함 사건 때처럼 진상 조사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원인이 명확한 만큼 국민적 우려도 더 크다고 생각해 사건 발생 2~3일 뒤부터 담화 발표를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일찍부터 대국민 담화 카드를 검토해온 건 국내 여론이 처음부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군 초기 대응을 놓고 적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라는 지시를 했다는 논란까지 확산돼 비판을 자초했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특별 담화 형식으로 직접 국민 앞에 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담화문에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도 담길 전망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겪으며 국민이 느낀 불안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대통령의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은 특별 담화로 취소됐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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