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첼로의 전설' 안너 빌스마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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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클래식 CD'98년 1월호 첼로 특집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6인을 발표하면서 현존하는 인물로는 로스트로포비치와 또 한명을 포함시켰다.그 주인공이 바로 안너 빌스마(65).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관해서는 파블로 카잘스 다음 가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첼리스트다. 화려한 명성보다 깊이있는 음악성을 추구해온 빌스마의 첫 내한 독주회가 17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피아니스트를 동반하지 않고 첼로 하나만 달랑 들고 그의 장기인 바흐'무반주 첼로모음곡'제1,3,5번을 들려줄 이번 공연에 맞춰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에서는 79년에 녹음한 모음곡 제1∼6번 앨범을 2장짜리 CD로 내놓았다.

악보에 충실한 이 음반에 비해 91년에 그가 두번째로 녹음한 모음곡 전집은 템포도 느리고 더욱 여유있는 연주와 원숙미를 담아 명반 중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번 내한공연도 두번째 녹음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 태생으로 59년 카잘스 국제콩쿠르에 우승한 후 암스텔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주자로 활동했던 그는 스탠더드 레퍼토리를 반복해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에 염증을 느껴 독주자로 나섰다.

특히 당시 네덜란드·영국을 중심으로 붐을 일으킨 원전악기(고악기)연주에 빠져들어 고전·낭만·현대 레퍼토리 뿐만 아니라 바로크 음악을 즐겨 연주하는 편이다.

현재 헤이그 왕립음악원과 암스텔담 음악원 교수로 있는 그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만큼 연주하는 악기도 3종이나 된다.고전·낭만 레퍼토리에서는 1835년산 프레산더,바로크 레퍼토리에서는 1695년산 고프릴러를 사용한다.

또 이번 공연처럼 바흐를 연주할 때는 특별히 1700년께 스위스 티롤 지방에서 만들어진 첼로를 사용한다.02-599-5743.

★Note:바흐의'무반주 모음곡'을 첼로독주회 레퍼토리의 최고봉으로 올려놓은 사람은 파블로 카잘스.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악기점에서 누렇게 닳아빠진 악보에서'음악의 보석'을 재발견해냈다.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음악을 연습한 그는 12년 후 이곡을 독주회 무대에서 연주함으로써 첼로 음악사를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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