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0발 … 샤프 연평도 도착 직후, 북 포격훈련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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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추가도발 우려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연평도에 26일 낮 수차례의 북한군 포성이 들렸다. 군 당국은 물론 현지 주민·취재진이 한때 긴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낮 12시20분부터 오후 3시 조금 넘는 시간까지 북한 해안포가 배치된 개머리 진지 쪽 내륙에서 간헐적으로 수차례 폭음이 청취됐다”며 “우리 측 지역이나 해상으로는 포탄이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안이 아닌 북한 내륙에서 실시한 일반적 사격훈련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성이 울릴 당시 연평도에는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방문 중이어서 북한이 포 훈련을 한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낮 12시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해병대연병장에 도착한 샤프 사령관은 피해 상황을 살펴본 뒤 “유엔사령관으로서 포격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연평도에 왔다”며 “(북한의)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연평도 공격으로 한·미 군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시점에 울린 포성을 ‘통상적 훈련’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포를 쏜 건 다른 계산이 깔린 것이란 관측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기자들이 대거 몰려 관심이 집중된 시점에 포성을 연출한 것”이라며 “남측의 대응상황은 물론 샤프 사령관의 동선까지 파악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23일 도발 이후 우리 TV방송의 생중계 등 상황 진전과 여론추이를 지켜보며 정부 당국과 군의 대응 태세 등을 떠보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연평도 공격 이후 북한의 관영매체를 동원한 대남 선전전도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도발 당일 최고사령부의 ‘보도’를 통해 남측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해 대응조치로 해안포 공격을 했다고 주장한 북한은 26일까지 외무성과 조선적십자회·조국평화통일위 등을 차례로 내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도발 이전부터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하고 우리 군과 정부·국민을 심리적으로 동요·위축시킬 수 있는 정교한 전술을 세워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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