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유출입 규제, 일부 시장 고평가 탓 … 내년 아시아 지역 외국인 투자 30%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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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내년에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이 올해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5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내년도 아시아 주식·채권에 대한 글로벌 순투자가 65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예상치인 926억 달러보다 274억 달러(29.6%) 감소한다는 것이다. 자금 유입은 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7개국에 대한 추정치의 합이다.

 이유는 아시아 각국의 외국 자본 규제다. 아시아 주요국들은 외국 자본이 넘쳐 자국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책을 펴고 있다. 외국인들이 채권이나 주식을 살 때 세금을 많이 매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전보다 아시아 신흥시장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외국인들의 국채·통화안정증권 투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던 것을 없앨 예정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신흥시장의 가격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신흥국에 자금이 몰려든 결과다. 지금은 아시아 일부 시장이 선진 시장보다 비싸다. 주식시장이 싼지 비싼지를 가늠하는 대표적 척도인 주가수익비율(PER)만 봐도 이런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인도의 PER은 17배로 미국(12.8배)이나 독일(10.7배), 영국(10.4배)보다 훨씬 고평가돼 있다(본지 11월 18일자 E12면).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주춤하게 만드는 이유다.

 대신증권은 내년에 외국인 자금 유입 감소로 아시아 지역의 주식·채권 가격 상승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으로 자금 유입 감소세는 나라마다 다를 것이며, 한국은 감소폭이 제일 덜한 축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증시가 늘 할인돼 왔지만 지금은 다른 때보다 할인이 좀 더 된 상태”라며 “저평가 매력이 커진 만큼 내년에 외국 투자자들이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한국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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