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한국서 4조원 넘게 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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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의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한국 투자가 막을 내리게 됐다. 론스타는 25일 외환은행 지분 51.02%를 하나금융지주에 팔기로 계약한 것을 끝으로 한국을 떠날 전망이다. 론스타가 한국에 첫 투자를 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부실채권 5000억원어치를 사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론스타는 2001년부터는 부동산과 기업, 은행으로 투자 대상을 넓혔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 지분 50.52%를 1조3833억원에 샀다. 2006년 6월에는 콜옵션을 행사해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이 보유했던 외환은행 지분 14.1%를 7715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외환은행 지분 64.62%를 사는 데 투자한 돈은 총 2조1548억원.

 론스타의 출구전략은 이후 시작된다. 론스타는 2007년부터 외환은행에서 총 9333억원을 배당받았다. 2007년 6월엔 지분 13.6%를 매각해 1조1928억원을 회수했다. 여기에 이날 남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에 팔면서 4조6888억원을 챙기게 됐다. 중간배당과 두 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을 통해 론스타가 남긴 차익은 4조6601억원이 된다.

 이 돈이 모두 이익은 아니다. 2007년 6월 외환은행 지분 블록세일 때 발생한 차익에 대해 국세청이 1192억여원의 법인세를 물렸다. 이번에 발생한 매각 차익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법인세를 물릴 방침이다. 그동안 들어간 비용 등을 빼고 나서 22%의 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최대 1조원까지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론스타는 또 2000년대 초에 스타타워·스타리스·극동건설에 투자해 차익을 올렸다. 2001년 6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지하 8층, 지상 45층 규모의 건물을 7000억원에 샀다. 이름을 스타타워로 바꾼 뒤 3년 후 9450억원에 되팔아 2450억원의 차익을 냈다. 2003년에는 극동건설 지분 98.1%를 1700억원에 산 뒤 6600억원에 매각했다. 2002년에는 스타리스를 1500억원에 인수하고 3500억원에 되팔기도 했다.

 반면 론스타가 투자했다 손해를 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가 손실액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늘 이익만 남기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다. 론스타가 그동안 한국에서 남긴 투자 차익을 모두 순수익으로 볼 수는 없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연간 수익률 목표가 30% 정도”라며 “론스타의 10년 투자 성적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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