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의 철옹성'…중국인의 높은 저축률

중앙일보

입력

중국인들은 여간해서는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극단적
으로 말해 국민성이 소비를 전혀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저축만이 최고의 선일 따름이다.

최근 금융권의 총저축액이 무려 6백억元(84조원)에 이르는 현
실은 중국인들의 지갑이 얼마나 철옹성인지를 잘 보여주는 분
명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저축은 좋은
것이다.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흥청망청 낭비하
다가 국가적 위기를 불러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또 저축률이 높아야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안쓰면 더 심각한 문제
가 생긴다. 소비침체가 생산침체 및 저성장의 악순환을 불러온
후 결국 경기침체, 즉 디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저축에만 열중하다 보니 소비 활성화, 생산 증대, 경제
성장이라는 이상적인 순환에 브레이크가 걸려버린 것이다. 물
론 경제당국은 지금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8
월 30일 40년만에 부활시킨 예금 이자에 대한 과세 방침이나 6
백억元 규모의 국채 발행 방침은 적당한 소비의 촉진을 위한
고육책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같은 눈물겨운 조치들이 곧바로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그리 크지않은 것 같다. 최근 당국이 부랴부랴
마련한 단편적 조치들이 중국인들의 국민성을 개조시키기에는
너무 역불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기적 비전 없는
일과성 정책의 남발은 오히려 대정부 불신을 야기, 국민을 더
욱 움츠러들게 할 가능성도 크다.

<현지통신원>

* 본 정보는 한중경제교류중심 제공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