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안 내는 근로자가 43% … 면세점 낮춰 ‘무임승차’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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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복지는 기본적으로 세금 문제다. 세금으로 돈을 거둬야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 복지정책의 대상이 될 저소득층을 가려내는 데도 세금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소득세 면제점이 높아 복지예산 마련이 어렵고 저소득층 파악도 잘 안 된다”며 “이렇다 보니 세금과 연계된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세법에서는 근로자가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이 일정 금액보다 낮으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른 소득세 면세점은 2010년 현재 4인 가족(부부와 자녀 두 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 1770만원이다.

 그러나 이 기준점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 많은 세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세원 확보가 안 되면 복지 예산도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2008년 현재 소득이 면세점 이하인 근로자는 전체의 43%(608만 명)에 이른다.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저소득층이라도 최소한의 세금을 거두고 있다.

 기준점이 높아 나타나는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 중 상당수는 소득세를 부담할 형편이 됨에도 불구하고 공짜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무료로 혜택을 받으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함께 발표한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는 권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가를 지불하는 책임도 중요하다. 그래야 주인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식별에도 높은 면세점은 문제가 된다. 면세점이 높아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내지 않다 보니 소득자료 확보가 잘 안 된다. 특히 저소득자에 대한 소득관리가 안 돼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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