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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항생제 복용 후 설사 지나치다간 사망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김석진 교수의 ‘Hot Issue & Cool Answer’

김석진 교수

항생제 복용을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면서 변이 묽어지고 설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이 증상은 점차 개선이 되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와 관련된 설사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항생제로 인한 심각한 설사의 주범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균이다. 이 균으로 인한 설사는 정상인들에 비해 광범위 항생제에 노출이 많고 면역기능이 약화되어있는 고령의 병원입원 환자들에게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C difficile에 의한 심각한 설사는 위막성장염(pseudomembranous colitis)이라고 불리운다. 위막성장염은 적절한 치료가 조기에 이루어지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 수십년간 반복된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은 이 약물의 내성을 가진 균들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올해에는 박테리아에 대한 인간이 가진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강한 항생제에도 내성을 가진 NDM-1이라는 새로운 균이 인도에서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에 감염된 환자들이 영국에서 발견되었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을 가진 C difficile로 인한 감염수가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Lancet이라는 학술지에 발표된 이 자료는 C difficile에 의한 감염이 2005년에는 평균 입원일 수 만건당 2.45건이었던 반면, 2008년에는 4.1건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 평균 수치는 나라마다 차이가 크게 있었다. 영국의 경우는 10건으로 높았던 반면 헝가리의 경우 2건으로 낮았다.

특히 이 환자들을 3개월간 관찰한 결과, 이 중 22%가 사망하였고 40%의 사망원인이 C difficile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C difficile에게 더해진 항생제 내성은 설사의 치료를 더욱 힘들게 만들어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의 사망율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위막성대장염을 일으키는 C. difficile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이 무서운 균의 출현은 '항생제'와 관련이 있다. 사실상 C. diffiicile은 오래전 부터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상주균 중의 하나이다.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상주균들에 비해 이 균은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백만년을 우리몸에 살면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아왔다.

하지만 항생제의 사용은 C. difficile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익균의 수를 감소시켜 이 균이 기회성 감염을 일으키는 무서운 균이 되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C difficile에 의한 감염 그리고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이다.

이 균에 의한 감염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곳이 바로 의료시설이다. 입원환자들에게 좋은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를 섭취시켜 심각한 설사병을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려는 노력과 임상연구들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석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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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진 교수는 구강 감염학과 면역학 전문의로 환경성질환을 비롯한 현대질환에 대한 관심을 갖고 '프로바이오틱스 스토리'라는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건강정보를 http://probiotics.co.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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