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0대 명문고 육성’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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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천 학생의 학력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된 ‘10대 명문고 육성’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줄세우기’ ‘성과가 불투명한 전시행정’ 등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인천시교육청이 22일 학교 선정 작업을 늦춘다는 방침을 밝혔다.

 10대 명문고 육성사업은 6·2 지방선거 공약에서 비롯됐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10대 일반 명문고 집중 육성’과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권역별 기숙형 학력향상 학교 지정 운영’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우수 학생들의 서울 유출 등으로 해마다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이어서 학부모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송 시장과 나 교육감은 지난달 초 10대 명문고 육성을 포함하는 ‘인천시 교육발전협력 협약서(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1일부터 일반고를 대상으로 학교 선정 신청을 받았다. 12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68개 학교가 신청서를 냈다.

 명문고 육성 학교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2014년까지 학교별로 연간 4억원씩 모두 160억원이 지원된다. 학교별로 3개반의 영재학급과 언어·수학·과학 심화반을 운영하고 우수 강사 초빙, 교장 공모제, 기숙사 건립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2012년부터는 정원의 10%를 1지망 학생을 대상으로 우선 선발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성적 지상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원의 10% 이내지만 특정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명문고 입시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명문고 학생들은 우수 교사의 유출이 가속화돼 이중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시의회는 최근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에 대한 행정감사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이 사업의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인천시교육청은 29일로 예정된 학교 선정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 이병욱 장학사는 “이달 말 시의회에서 명문고 육성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 이해를 구한 뒤 학교 선정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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