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죽음, 성적 학대, 마약 … 영화 찍듯 찍은 사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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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3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일까. 아니다. 사진전이다.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 전시장 앞에 내걸린 나이 제한 표시가 새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13세 미만의 관람객은 보호자와 동반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다. 2002년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일본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70)의 사진전도 긴바쿠(로프로 묶기) 등 일부 작품에 대한 청소년 관람 제한일 뿐이었다.

 전시 작가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인숙(41)씨. 제1회 일우사진상 수상자 개인전인 ‘위대한 거울’을 위해 내한한 그는 18일 개막식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 독일 신문 사회면에 실린 자살, 성적 학대, 음주 살인 등 각종 사건 기사의 전말을 영화 연출하듯 찍은 그의 사진은 비틀린 성(性)과 마약에 무너지고 있는 서구 사회의 일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국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를 떠올리게 하는 엽기적인 장면이 대형 컬러 사진으로 펼쳐지니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김씨가 공부한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 객실 전면 유리 창문 66개를 활용한 2007년 작 ‘토요일 밤’(사진)은 평화로울 듯싶은 주말 밤의 엽기적 파노라마를 쏟아낸다. 남성의 욕망 앞에 사고 팔리는 여성의 성을 묘사한 ‘경매’ ‘저녁 식사’ 등도 꽤 센 사진이다. 영화 촬영 현장처럼 수십 명 스태프와 작업하는 그는 “1년에 몇 작품 못 하기 때문에 사진 값도 비싸지만 제작비도 못 건진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9일까지. 02-753-6502.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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