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의혹 특검으로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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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도대체 민간인 불법 사찰의 전모(全貌)는 뭔가. 실형이 선고된 이인규 전 지원관은 ‘꼬리’에 불과한가. ‘대포폰’의 실체는 무엇이며, 청와대가 개입됐나. 야당 대표에서 가수·사진작가까지 전 방위로 사찰했다는 주장은 맞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관련자 기소와 1심 선고로 일단락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되는 형국이다. 검찰은 “재수사는 없다”지만, 그냥 묻어버리기엔 제기된 의혹이 너무 무성하다. 물론 잇따른 폭로가 청목회 로비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주장이 구체적인 데다 정황상 의심을 부르게 한다. 이런 의혹을 말끔히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국정의 발목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어차피 제기된 의혹은 덮을 수 없고, 그렇다면 명명백백 밝히고 털어내는 게 순리다.

 첫째, ‘대포폰’ 문제다.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총리실 지원관에게 ‘대포폰’을 건넸고, 그 직후 전산전문업체를 찾아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지웠다. 검찰은 “범죄에 이용된 증거가 없다”지만 정황상 증거인멸의 냄새가 짙다. 둘째, ‘윗선’ 의혹이다. 복원된 공직윤리지원관실 하드디스크에 ‘민정수석 보고용’이라는 폴더가 있고, 사찰 보고서도 두 차례 전달된 흔적이 있다고 한다. 이인규 전 지원관도 법정에서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셋째, 부실 수사다. 사건이 검찰에 이첩된 지 나흘이 지나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드디스크를 삭제한 이후다. 청목회 로비 수사에서 보인 전격 압수수색과 비교된다. 청와대와 연결고리인 ‘대포폰’은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다. 넷째, 사찰 범위다. 연예기획사에서 방송관계자까지 무차별 사찰이 이뤄진 게 사실인가. 일부 통상적 여론 파악 업무도 포함됐을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 범위를 넘는 권력 남용의 흔적도 엿보인다.

 검찰이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재수사든 해명이든 명쾌하게 답변을 제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미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그 어떤 결과를 제시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길은 특검밖에 없어 보인다. 그것이 혼란을 잠재우고 공정사회로 가는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