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배추 … 김장철 가격전쟁 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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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롯데슈퍼는 19일까지 김장 배추를 포기당 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슈퍼 제공]

한 포기에 990원짜리 배추가 나왔다. 추석 직후인 지난 9월 말 포기당 최고 1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춰보면 배추값이 엄청나게 떨어진 것이다. 배추 작황이 좋아진 데다 배추 산지와 직접 계약 재배해 대량의 물량을 확보한 유통업체들이 김장철이 시작되면서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슈퍼는 배추 10만 포기(1포기 약 2.5㎏)를 19일까지 포기당 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1인당 최대 3포기까지 구매할 수 있다. 수도권과 중부권 170여 개 점포에서 판매해 점포 한 곳당 배정된 물량은 약 300~1000포기다. 10만 포기가 다 팔리고 나면 한 포기에 1990원에 판매한다고 롯데슈퍼 측은 밝혔다.

 이마트는 24일까지 여는 김장 행사에서 산지 직거래를 통해 확보한 김장 배추 130만 포기를 포기당 1300원에 판매한다. 1인당 9통 한정 판매다. 18일과 19일만 이 가격이고, 이후엔 구매 물량 제한 없이 한 포기당 1880원에 판다.

홈플러스도 24일까지 진행하는 ‘김장 대잔치’ 행사에서 2.2㎏짜리 배추 한 포기를 1500원에 판매한다. 산지 계약재배를 통해 모두 100만 포기를 확보했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구매량을 하루 6포기로 한정했다.

 18일 대규모 김장 행사를 준비 중인 롯데마트도 포기당 1500~1800원대에 김장 배추를 대량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16일 밤 낙찰된 서울 가락시장 도매 가격이 상품 3포기 기준 9580원인 점을 감안할 때 대형 유통업체들의 배추 가격은 저렴한 수준이다.

 김장 세일 행사에서 팔릴 배추가격 책정을 앞두고 업체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야채 담당 상품기획자(MD)들은 서로의 정보를 빼내고, 자신의 가격 정보를 감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마트 배추 담당 김동현 바이어는 “김장배추 가격은 그동안 워낙 이슈가 됐던 것인 만큼 경쟁업체보다 한푼이라도 싸게 내놔야 ‘값이 싼 대형마트’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통업계엔 ‘여름엔 수박, 겨울엔 배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장배추는 업체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상품이다. 보통 4인 기준 한 가정의 김장 비용은 15만원 선. 이마트 측은 “보통 김장 배추를 사러 오면 관련 상품까지 한꺼번에 사가기 때문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마트는 지난달 말 포기당 1900원, 롯데마트는 1850원에 김장 배추를 예약 판매하면서 김장 배추 가격이 이보다 더 싸지면 차액을 환불해주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번 김장 세일 행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경우 예약 배추를 받아가는 기간인 다음달 1~7일 이마트 판매 가격, 롯데마트는 다음달 1일 가락동 도매시장 낙찰가와 비교해 예약 판매가보다 싸면 환불해 줄 예정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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