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없어지니 … 상대도 안 되는 쿠웨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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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심판이 진짜 심판이었을 때 쿠웨이트는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국 남자 핸드볼이 16일 광궁체육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3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31-29로 이겼다. 홍콩·바레인 전에 이어 3승째를 거둔 한국은 조별리그 한 경기를 남겨두고 4강 진출을 거의 확정했다. 17일 이란과의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지지만 않으면 상위 2개국이 출전하는 준결승에 진출한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의 울분을 씻어낸 승리라 더욱 값졌다.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5연패를 거둔 한국 남자팀은 도하 대회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인해 4위에 그쳤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인 쿠웨이트가 ‘껄끄러운 상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심판진을 동원해 한국을 골탕먹인 결과였다. 카타르와의 준결승전에서는 양국 선수 간 몸이 닿기만 하면 한국 선수의 반칙이 선언됐다. 한국팀 ‘에이스’ 윤경신은 5분 동안 두 번이나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16일 경기 직전에도 조영신 대표팀 감독은 “경기 외적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쿠웨이트 전에 일본 심판이 배정됐는데, 경기장에 들어서니 아랍에미리트(UAE) 심판으로 바뀌어 있었던 까닭이다. 10-4로 앞서던 전반 중반에는 오윤석(26·두산)과 정수영(25·코로사)이 거의 동시에 2분간 퇴장을 받아 점수 차가 10-7로 좁혀지기도 했다. ‘도하 악몽’의 재현을 우려한 조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경기 운영을 침착하고 냉정하게 하자. 판정에 절대 항의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다행히 이날 경기는 비교적 공정한 판정 아래 치러져 한국이 낙승했다. 한국이 후반 한때 9골 차까지 앞서자 조영신 감독은 신예들을 기용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여 만에 백원철(33·코로사)과 박중규(27·두산)의 연속 득점으로 6-1로 앞서며 기선을 잡았다.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던 한국은 경기 막판 28-26까지 따라잡혀 긴장감이 흘렀지만, 정의경(25·두산)과 정수영(25·코로사)의 골로 쿠웨이트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은 “오늘 하산 무스타파 국제핸드볼연맹(IHF) 회장도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그래서인지 심판이 불편부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했다. 조영신 감독은 “아무래도 도하 대회 때 워낙 문제가 됐던 터라 이번 대회에서는 AHF가 공정하게 대회를 치르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지금껏 세 경기가 끝났는데, 모든 경기 판정에 이의가 없을 만큼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에서 보듯 방심은 금물이다. 백원철은 경기 후 “판정은 괜찮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결승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경계했다.

 광저우=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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