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피부·체형변화 … 여성암환자 스트레스 일반여성의 1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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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화장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머리카락도 빠져 밖에 나가질 못해요. 우울해서 치료받을 의지가 점점 없어져요.” 여성 암환자는 남성 암환자와 다른 고민을 한다. 암 때문에 고통을 받지만, 긴 기간 동안 항암 치료를 받으며 생기는 외모 변화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조주희(존스홉킨스 보건대학 겸임 교수·사진) 교수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여성 암환자의 외모 변화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는 “여성에게 외모는 자신감과 대인관계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며 “탈모와 피부 변화 때문에 우울증이 생겨 식사량도 줄고, 잠도 못 자 치료를 더 받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난 1여 년 동안 ‘메이크업 유어라이프’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 암환자 426명과 일반 여성 448명을 대상으로 외모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외모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전반적으로 삶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봤다.

 연구 결과, 여성 암환자는 일반 여성에 비해 체형 변화는 2배, 탈모는 3배, 피부 변화는 2배 이상 경험하고 있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반 여성보다 13배 높았다. 신체에 대한 만족도(자아신체상)도 암환자가 평균 48.5점으로, 일반 여성 평균 69.1점보다 낮았다. 항암 치료를 받는 횟수가 많을수록 만족도는 떨어졌다.

 삶의 질도 떨어졌다. 여성 암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은 평균 60.35점으로, 일반 여성 평균인 65.15점에 비해 낮았다. 활력도(活力度) 점수도 평균 51.8로 일반 여성군의 55.4보다 낮았고, 정신건강 점수도 60.1로 일반 여성군의 65.1보다 낮았다.

 이제까지는 여성 암환자가 외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는 짐작만 했었지, 과학적인 근거는 없었다. 조 교수는 “‘죽고 사는 문제 앞에서 외모가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했던 환자 자신, 또는 주변인에게 여성 암환자의 외모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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