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서 소설가 변신한 일본 최고 ‘엄친아’…일본판 ‘타진요’ 활동 개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2호 04면

요즘 일본에선 한 남자의 인생 스토리가 연일 화제다. 인기 절정의 배우에서 순식간에 주목받는 신인 소설가로 변신한 미즈시마 히로(26·사진) 말이다. 1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강렬한 마스크로 2009년 오리콘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남자’ 1위에 뽑히기도 한 이 청년, 외모뿐 아니라 이력에서도 빛이 난다. 아버지는 외무성 고위관료. 중학교까지 스위스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때는 축구선수로 활약해 일본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게이오대를 다니던 중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시작해 현장에서 배우로 캐스팅됐다. 2005년 ‘고쿠센2’로 데뷔한 후 ‘절대 그이’ ‘메이의 집사’ ‘도쿄 DOGS’ 등의 드라마를 통해 주연급으로 급성장했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미즈시마 히로의 소설 같은 이야기

한참 잘나가던 지난해, 갑자기 가수 아야카와 결혼을 발표한 것도 오히려 그의 인기를 높였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야카를 지켜주기 위해 결혼을 서둘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러더니 올해 9월 갑자기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전부터 관심 있던 소설창작에 전념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그러더니 두 달도 안 돼 상금 2000만 엔(약 2억7000만원)이 걸린 신인문학상 ‘포프라사 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것도 예명이 아니라 본명인 사이토 도모히로로 응모를 했고 출판사 측에서도 당선작을 결정한 후에야 작가가 바로 인기 배우 미즈시마 히로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진짜 소설 같은 스토리였다.

그렇다. 안티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이야기다. ‘타진요’가 한국에만 있겠는가. 일본 네티즌과 언론들도 이런저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올해 5회째를 맞는 포프라사 소설대상이 일본에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문학상이라는 것이 일단 의심의 근거가 됐다. 상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출판사가 미즈시마 히로와 모종의 계약을 하고 일을 벌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가 수상 기자회견에서 2000만 엔의 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당당하면 상금을 받아야지 왜 안 받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은 그의 수상작 ‘카게로우(KAGEROU)’라는 작품에 대한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아직 소설이 완성되지 않은 게 아니냐, 누가 대신 써주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출간 작업을 앞당겨 12월 중순에 서둘러 책을 발간하기로 결정, 논란을 마무리하려는 분위기다. 미즈시마 히로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상금을 받는다고 했어도 안 좋은 이야기는 반드시 나왔을 것”이라며 앞으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통해 의혹에 대처하겠다는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될지도 모를 영화 ‘벡(BECK)’이 1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인디밴드의 이야기를 그린 해롤드 사쿠이시의 인기 만화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에서 그는 천재 기타리스트 류스케를 연기했다. 배우 미즈시마 히로의 은퇴를 안타까워하는 팬들의 호응으로 지난 9월 일본 개봉 당시에도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 며칠 전 한 잡지에서 이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를 읽다 그만 버럭, 하고야 말았으니 개봉 소감을 묻는 질문에 미즈시마 히로가 “류스케의 장발 머리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고 답한 것이었다. 농담인 줄 알면서도 꾹꾹 참았던 복통이 순식간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이 사람이. 그럼 그대에게도 안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하나쯤은 있어야지, 어떻게 좋은 건 다 하려고 그래!! misquick@gmail.com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