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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는 윈 - 윈” 한목소리 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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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FTA가 양국에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왜 FTA를 체결해야 하는지, 양국 간 무역역조가 심각한지에 대한 시각은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보좌관들에게 지시하는 것은 어떻게 우리 미국이 수출을 증대할 수 있느냐다. 우리가 한국이라든지 이런 데서 물건을 수입하지만, 또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그런 방법도 고심해 보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FTA를 지금 타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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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엔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상당히 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 불균형을 FTA 체결을 통해 좁히겠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설명은 완전히 달랐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는 “현대자동차가 있고, LG전자가 있다. 삼성 TV를 미국인들은 많이 본다. 미국 사람들 중에서 (한국전에 참전해) 부모가 한국에서 싸우다 죽은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한국의 소비자들과 재벌들은 어떤 공평한 경제환경을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공격적 질문이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질문한 이유는 알겠지만 미국 국민들이 아셔야 될 게 있다”며 “오늘날 한국이 수출하는 삼성·LG의 전자제품들은 국산제품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핵심적인 부품은 미국제다. 100% 한국 제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사람들은 한·미 간 무역역조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1년에 80억 달러 정도 된다. 그러나 로열티나 다른 서비스 비용을 보태면 거의 균등하고 지금 한·미 간 무역은 아주 건전하다. 무역역조는 한국엔 해당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이 평소 ‘미국의 무역역조 주장엔 이렇게 대응하라’며 참모들에게 강조하던 논리를 오바마 대통령이 서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FTA를 통해 미국의 제품이 한국과 아시아에 많이 들어오고, 또 미국 경제가 좋아져 미국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그래서 윈윈이 되도록 FTA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선 덜컥 FTA에 합의했다가 각기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들 모두 ‘이것이 양국에 다 도움이 되는 협정이구나’라고 이해할 때까지 (협의를) 하자는 것”이라 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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