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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영어로 된 커뮤니티 ‘숨피닷컴’ CEO 조이스 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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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2일 오전 6시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 기숙사. 4학년생인 스테파니 파커는 룸메이트의 단잠을 깨울까 조심하며 PC 앞에 앉았다. 그가 빨려들 듯 열중해 보기 시작한 건 한국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최종회였다. 파커는 이 드라마를 ‘본방 사수(본 방송시간에 시청)’ 하기 위해 기꺼이 아침 잠을 포기했다. 사극인 데다 영어 자막도 없지만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고교 시절 K팝(한국 대중음악)에 반한 그는 2년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 이런 그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드나드는 사이트가 있다. 영어로 된 세계 최대 한류(韓流) 커뮤니티인 ‘숨피닷컴(soompi.com)’이다. 그는 “숨피 덕분에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한국에 살고 싶고, 평생 한국 음식만 먹어도 좋겠다”고까지 했다.

 70만 숨피 회원들은 이처럼 한류를 접한 뒤 한국 사랑에 빠진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우리 교포는 10%에 불과하다. 자그마한 인터넷 커뮤니티로 출발한 이 사이트를 주목받는 신생 인터넷 벤처로 키운 이는 이민 2세대인 조이스 김(31·사진·한국이름 ‘김주란’) 최고경영자(CEO)다. 15세에 고교를 조기 졸업한 뒤 코넬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후 뉴욕의 셔먼&스톨링 등 유명 로펌에서 벤처 상장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 숨피에 합류했다. ‘스타트업 위크엔드 서울’ 강연과 사업 제휴차 최근 방한한 그를 만났다.

조이스 김 CEO는 “이미 합류한 일본 소프트뱅크 외에 여러 투자자의 제안을 받고 있다. 숨피를 아시아 대중문화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 역시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해 꽤 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2년 전 개인 홈페이지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친구의 언니인 미국 교포 강수진(35)씨의 홈페이지였다. ‘숨피’는 별 뜻 없이 그의 친구들이 강씨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주로 올렸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자가 급증해 온라인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글로벌 사이트가 된 지금도 회원들은 수진씨를 ‘마마(엄마)’라 부르며 따른다. 지금 우리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한다.”

 - 회원 충성도가 높다는데.

 “사이트 내 수백만 개 콘텐트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물론 더 좋은 글과 사진을 구하기 위해 ‘한국 원정 취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계 50여 도시에서 수시로 ‘숨피 미트(meet)’라 부르는 오프라인 모임을 연다. 한류 관련 특종 뉴스로 종종 국내외 언론에 인용되기도 한다. 회원들의 그런 활약 덕분에 나를 포함 정직원 4명만으로 사이트를 꾸려가는 게 가능하다. 마케팅비를 써 본 적이 없다.”

 - 인종·국적이 다양한 회원들 간에 갈등은 없나.

 “한국 스타와 대중문화라는 공통 분모로 인해 끈끈하다 싶을 정도의 결속력을 자랑한다. ‘숨피 미트’에서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식당·노래방·자택 등 한국식으로 3차, 4차를 옮겨가며 우정을 나눈다.”

 - 회사 설립은 2006년이다.

 “강수진씨로부터 ‘사이트 규모가 너무 커져 감당이 안 되니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이트를 법인화한 뒤 주말마다 이 일에 매달렸다. 미국 최대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인 이곳을 건강하게 지키고 싶었다. 열심히 한 덕분인지 2006년 1일 평균 20만 명이던 방문자 수가 지난해 70만 명으로 늘었다. 이제 하루 평균 방문자는 140만 명이다.”

 - 단시일에 커뮤니티가 급성장한 배경은.

 “돈벌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다. (한류) 팬 중심으로 움직였다. 지금도 투자나 사업 제휴와 관련해 판단이 잘 안 설 땐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다. 숨피 회원은 10~30대가 대부분이다. 젊고 미래지향적인 그들을 가장 신뢰한다.”

 -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배너 광고 수익이 가장 크다. 최근 ‘유료 프리미엄 회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가상 아이템 판매도 준비 중이다. 회원들에게 숨피는 단순 사이트가 아니다. ‘아이덴티티(정체성)’다.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소비활동을 하는 건 이들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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