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첩보영화 같은 보안장비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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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괴 장비인 디가우저. 오른쪽 아래 놓인 장비는 기존 데이터를 지우는 이레이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대포폰’을 받아 쓴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정부의 ‘컴퓨터 보안장비’들이 공개됐다. 민주당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디가우저(하드디스크 영구 파괴장비)’라는 기계를 이용해 민간인 사찰 문건을 폐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총리실은 9일 컴퓨터 보안장비인 ‘디가우저’와 ‘이레이저’를 공개했다.

 디가우저는 2006년 3월 국정원에서 각 부처에 “일부 기관에서 PC 자료를 완전히 삭제치 않고 불용 처리해 기밀이 유출되는 보안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보시스템 불용 처리지침’을 내린 뒤 총리실·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국방부 등에 도입됐다.

 디가우저는 하드디스크에 강력한 자기장을 쏘여 디스크를 ‘고철’로 만드는 장비로 일종의 ‘디지털 문서 파쇄기’다. 총리실은 2006년 1672만원에 구입했다. 이 장비 담당자는 “컴퓨터를 폐기 처분해 외부로 내보낼 때 디가우저를 쓴다”며 “자기장이 나오니 몸에 안 좋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 총각 직원들은 이 장비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지금까지 디가우저를 120회 사용했다.

 지난 7월 264만원을 주고 총리실에서 구입한 이레이저는 컴퓨터를 다른 국으로 옮기거나 담당자가 퇴직 등으로 바뀔 때 기존 데이터를 깨끗하게 지우는 재포맷장비다. 이레이저로 지울 땐 전문 장비만 있으면 나중에라도 자료 복구가 가능하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이 장비들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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