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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메뉴·간판 … “일본 현지 느낌 나게 확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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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대중 일식점 창업이 붐이다. 메뉴가 깔끔하고 간단해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일본식 덮밥집을 운영하는 허경아(위)·빛나 자매가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일본식 우동·덮밥 전문점 ‘누들앤돈부리’는 일부 점포의 기존 인테리어와 메뉴를 곧 확 바꿀 계획이다. 일본에서 공수한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해 매장 전체를 일본 느낌이 나도록 꾸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스동(돈가스덮밥)이나 야키우동(볶음우동) 같은 익숙한 메뉴에 사케동(생연어덮밥)·낫토동(낫토덮밥) 같은 새 메뉴를 추가한다. 이런 변화는 최근의 대중 일식점 창업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누들앤돈부리 체인점 사업을 하는 다영에프앤비 박상렬 과장은 “대중 일식 창업이 늘며 음식뿐 아니라 일본 문화를 즐기려 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보고 이런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온 것처럼 꾸며라-’.

대중 일식점 시장의 핵심 전략이다. 최근 일본 음식점들은 일본식 간판을 큼직하게 내걸고, 메뉴판에 아예 일본어를 써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장 내부 역시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혼자 먹을 수 있는 바(bar) 공간이나 주방장과 고객이 소통하는 오픈 주방 컨셉트를 그대로 표방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최근 간판·인테리어·메뉴판을 일본 현지 느낌이 나게 꾸미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며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10~30대를 겨냥한 음식점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한국어 설명은 되도록 피하라

일본 정통 생라면·덮밥 전문점 ‘하코야’는 체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2008년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오리진하카다’ ‘구마모토’같이 라면 이름을 일본식으로 지어 붙인 것이다. 식탁도 주방을 향해 혼자 앉을 수 있도록 바 타입으로 마련했다. 처음엔 “메뉴와 인테리어가 낯설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2009년 초부터 점차 손님이 늘었다. 대중일식점 창업이 붐을 일으키는 가운데 일본식 식당에 익숙해진 젊은 손님이 많아진 것이다.

 이 회사 박보준 부장은 “싱글족 증가로 혼자 식사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성공 비결이었던 것 같다”며 “이런 트렌드는 투자비가 부담스러워 23~33㎡(약 7~10평)대 미니 점포를 내려 하는 창업주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본 문화를 그대로 담을수록 인기를 끈다는 성공 공식은 일본식 수제도시락 전문점 ‘벤또랑’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식 도시락을 뜻하는 ‘벤또’를 아예 이름으로 정했다. 일본 전통 목기에 초밥·튀김류·절임류를 얹어 간편하게 한 끼를 먹는 컨셉트다. 올 3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약 50㎡ 규모의 가맹점을 낸 김은숙(40)씨는 “‘벤또’라는 일본어가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간단하기로 유명한 일본식 도시락이란 느낌을 잘 드러내 주는 것 같다”며 “인근 사무실에서 테이크아웃 비중(17%)이 높은 것도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혼자 밥먹는 싱글족에게도 좋아

일식 붐은 웰빙 문화와도 연관된다. 고급 일식집이 아니라도 ‘일식은 깔끔하다’ ‘일식은 몸에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철저한 위생 관리는 기본. 반찬 수와 요리 양을 너무 늘리지 않는 것이 한식과 차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 3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오니리기와이규동’은 ‘가벼운 대중 일식’을 내세워 최근 가맹점을 100여 개로 늘렸다. 간단한 덮밥을 4000원대에 내놓고, 편의점에서 익숙해진 삼각김밥을 눈앞에서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게 인기 비결이다. 회사 관계자는 “덮밥과 주먹밥은 쌀이 주재료여서 연령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메뉴”라며 “특히 혼자 밥을 먹는 싱글족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들앤돈부리 역시 ‘몸에 좋은 일식’을 내세워 인기를 끄는 사례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으로 개발한 소스를 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일식점 창업 붐이 오래갈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의 시각이 엇갈린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일본 라멘 식당 중 일부는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경희 소장은 “최근 트렌드인 덮밥과 도시락은 밥이 주원료라는 점에서 좀 더 장기적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일본 느낌을 강조하되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메뉴를 선보여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임미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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